[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이젠 평생 학습… 맞춤형 SW 교육엔 ‘무크’가 제격

무크(MOOC)는 수강자 수 제한 없이 이뤄지는 대규모 인터넷 강의로 무료 수강이 가능해 구직자 등을 위한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교육 방식으로 꼽힌다. 세계 3대 무크로 꼽히는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의 홈페이지 화면(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순). 각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K무크(한국형 온라인 무료 공개강좌)를 보고 드론을 연구한 취업준비생 김일우(32)씨는 지난해 12월 대전의 한 무인항공기 업체에 취업했다.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기 손으로 드론을 만들어 날려 보내는 게 꿈이었다. 지난해 3월 K무크의 ‘알기 쉬운 드론항법 제어’를 찾아서 공부한 지 6개월 만에 ‘김일우 표’ 드론을 쏴 올렸다.

김씨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 강의를 들으며 무인드론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최신 기술 분야 강의를 빨리 접할 수 있는 데다 시공간 제약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게 무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수강자 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로, 별도의 강의료 없이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구직자나 직장인들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소프트웨어(SW) 교육 방식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3500만명 이상이 코세라(Coursera)와 에덱스(edX), 유다시티(Udacity) 등 무크 플랫폼에서 강의를 들었다. 유다시티는 빅데이터나 AI 등 산업과 밀접한 강의를 들은 수강생에게 ‘나노 학위’를 수여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력을 길러내는 역할도 한다. 한국도 K무크에 SW교육 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답보상태다.

세계 3대 무크로 꼽히는 코세라와 에덱스, 유다시티는 모두 미국에서 시작됐다. 모두 웹을 통한 개방과 공유, 평생교육을 지향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고등교육을 공유하는 게 목표다. 프랑스 펀(FUN), 영국의 퓨처런(Futurelearn) 등 전 세계 무크 기관들은 500여개의 대학에서 만든 4200여개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무크의 가장 큰 장점은 학위와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평생학습을 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등 신사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방법으로 지목했다. 변화가 많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려면 대학 졸업 뒤에도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존 평생학습과 무크가 추구하는 평생학습의 차이점은 일자리와의 연관성에 있다. 기존 평생학습이 자기계발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최근 평생학습은 기존 직업이 사라질 때를 대비하고 새로 생길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를 찾는 생존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무크의 수강료가 일반대학원이나 경영전문대학원(MBA)보다 훨씬 저렴하고 수강을 다 하고 나면 우수 대학이나 기업으로부터 학위나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비영리 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은 온라인 SW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코드닷오알지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업계 유명인사들의 기부로 만들어졌으며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컴퓨터 과학의 기본 원리와 코딩을 무료로 교육한다. 현재 1억명이 넘는 수강생이 이 단체의 온라인 SW교육을 들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동영상을 매개로 SW교육을 한다는 점은 코드닷오알지와 무크가 닮았지만, 코드닷오알지는 학위를 따로 주지 않고 사회 소수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는 점에선 무크와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재교육에 초점을 맞춘 SW교육 업체들도 늘고 있다. 미국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는 전 세계적으로 20개 도시에서 재교육을 위한 코딩 및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모임을 만들고 있다. 인력 네트워킹 중심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도 2015년부터 링크트인 내 온라인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무크 업체들도 산업과의 연관성을 적극 내세운다. 코세라는 등록자 중 직장인 재교육 비율이 80%에 가깝다. 링크트인은 코세라와 에덱스, 유다시티 등과 협약을 맺어 가입자프로필에 무크 수료 사항을 자동 표시하게 해 구인·구직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유다시티는 기업과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하고 과정 이수자에게 해당 기업 취업자격을 주는 나노 디그리(degree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통신회사 AT&T와 공동 개발한 교육과정을 밟으면 6∼12개월 안에 주당 10∼20시간 강의를 듣고 프로그래밍 기술을 취득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AT&T는 나노 학위를 갖고 있어야 취업원서를 낼 수 있도록 자격증화했고 지난해까지 나노 학위 보유자 1000여명을 채용했다. 유다시티는 AT&T에 이어 구글, 클라우데라, 세일즈포스 등 IT 기업들과도 계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내 K무크도 유다시티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K무크는 인문학 등 강의 종류와 수강자를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은 6만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강의에 첨단 기술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기업 맞춤형 강좌’까지 더해져 전공에 따라 취업 폭이 제한됐던 문제가 해소되면서 수강생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SW교육 중심의 기업 맞춤형 강좌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 K무크를 운영하는 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유다시티의 나노 학위를 벤치마킹해 대기업 3∼4곳과 SW교육 중심의 기업 맞춤형 강좌를 올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검토 중”이라며 “대학과 기업, K무크가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해 내년에 기본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연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장은 “지난 3월 기준으로 K무크에서 직무와 연관된 SW교육 강의는 2%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직접 강의에 개입하는 기업 맞춤형 강좌도 아직 첫 발을 못 뗀 상태”라며 “산업과 연계한 학위를 도입해 산업 인력을 양성·재교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둘러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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