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친환경 농업, 소비자·농민·환경 다 살리는 길”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져 마음이 아픕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김준식(63·사진) 회장은 29일 농부들이 땀 흘려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정부의 친환경 농산물 검사가 이전보다 훨씬 강화돼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는 농산품은 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은 농민의 사명감 없이는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친환경농법은 녹록하지 않다. 제초제를 쓰지 않아서다. 제초제는 토양을 산성화하고 농작물에 스며들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친다. 제초제를 쓰지 않으므로 김 회장은 쉬지 않고 풀을 뽑아야 한다. 화학비료도 같은 이유로 ‘절대 사절’이다. 그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사온 생선과 소똥으로 직접 퇴비를 만들어 논에 뿌리는 순환농업을 하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위해 헤어리베치나 호밀 등의 풋거름작물을 10월 중·하순에 파종한 뒤 이듬해 5월 중·하순에 수확해 토양에 갈아 넣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일반 재배 농법으로 농사짓는 이웃들은 하루 종일 허리를 숙이고 풀을 뽑는 그를 보며 ‘사서 고생한다’고 퉁바리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는 것은 환경과 소비자, 농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환경오염이 심해져 아토피와 불임 등이 크게 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소비자와 미래 세대가 이런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데 친환경 농작물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원 4000여명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먹을거리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면서 “맛있고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이 특히 학교 급식에 공급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늦깎이 농부다. 1997년 마흔이 넘은 나이에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 그는 “친환경 농법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경기도 여주에서 수도작 유기인증 논 2만5000㎡와 3300㎡ 밭에서 친환경 쌀, 감자, 양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쌀은 아이의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하이아미’ 품종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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