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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종현 백석대 총장 “신학은 머리가 아닌 가슴과 무릎으로 하는 것”

장종현 백석대 총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설립자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장 총장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연합, 한국교회연합이 자기 것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며 순종하는 믿음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충남 천안 백석대 캠퍼스 전경. 백석대 제공


서구교회가 쇠락한 것은 신학을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 아닌 학문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신학이 발달하고 신학자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교회가 점점 쇠퇴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백석대 설립자이자 총장인 장종현 목사는 한국교회 신학의 사변화(思辨化)를 막기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며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창하고 있는 교계 지도자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설립자실에서 장 총장을 만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지닌 의미와 구체적 실천방안을 들어봤다.

-장 총장은 2003년부터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신학이라는 말은 성경에 없습니다. 고대 헬라 철학자들은 하나님을 이성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헬라 철학으로 이론화한 기독교의 진리를 ‘신학’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이런 사변적 신학이 서구에서 발전을 거듭했고 한국까지 들어오면서 영적 생명력을 약화시켰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영이신 하나님을 어떻게 학문과 지식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신학을 ‘하나님에 대해 말한다’는 시각으로 봤을 때 신학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고 믿는 사람들은 신학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확신합니다. 학문과 이성이 구원을 줄 순 없습니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이뤄집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영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럼 참된 신학은 무엇입니까.

“신학은 잡다한 신학이론들, 혹은 신학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영감으로 기록된 완전한 계시이자 복음인 성경을 생명으로 믿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과 그가 가르치신 모든 것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경건까지 포함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울 때는 머리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령으로, 온 마음과 인격을 다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알려주신 계시를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계시 안에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신학의 바른 자세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신학자라도 그의 심령 속에 예수 생명이 없다면 그는 종교학자일 뿐입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목회자의 문제는 가르치는 신학자의 문제이고, 신학자의 문제는 총장인 저를 비롯한 운영자의 문제입니다. 신학교 운영자가 교수를 채용할 때 영성이 아닌 학문적 성과와 이력서만 보고 뽑는다면 영적 교육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영이신 하나님보다 학문과 지식을 더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신학교육이 실패하는 것입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설명해 주십시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새로운 신학이 아닙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을 비롯한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 따라 개혁주의 신학을 회복하고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참 좋은 것이지만 그리스도가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개혁주의생명신학에서 ‘예수 생명’을 강조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원리였던 5대 솔라(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를 실천하기 위해 7대 실천운동(신앙, 신학 회복, 회개·용서, 영적 생명, 하나님 나라, 나눔, 기도·성령 운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면서 성령님의 인도를 받아 성경을 깨닫는 순종의 신학, 회개의 신학, 무릎의 신학이 진짜입니다. 이것이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복음을 받아들인 후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영적 생명력이 점점 약화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기철 손양원 목사님 등 신앙 선배들은 오직 성경만 붙잡고 기도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성경을 읽지 않고는 설교할 수 없었고 기도하지 않고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서면서 주석과 신학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성경을 읽지 않고도 설교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이 몰려들어오고, 목사 자격을 판단할 때 영성이 아니라 학력으로 판단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학자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만 가르치고 학문적 성과에 집착합니다. 그렇다보니 기도와 성령체험, 은사가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때부터 서구신학이 신학교를 점령하면서 기도와 영성을 뒷전으로 밀어냈습니다.

과거 신앙선배들은 많이 배우지 못했고, 변변한 신학서적이 없었어도 눈물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교회가 부흥할 수 있었습니다. 영적 생명력 약화는 잘못된 신학교육에서 나옵니다. 신학교 운영자로서 저 역시 이 문제에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신학생들이 교회개척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상이 일반화 됐습니다.

“신학을 이론과 학문으로만 접하면서 성경을 쪼개고 나눠 비평하는데 급급하다면 과연 누가 창조주 하나님을 믿겠습니까. 성경은 인간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신학자들은 성경을 인간 저자의 말로 왜곡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경엔 믿음의 본질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로마서 1장 16∼17절은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지금 목회자들이 복음 전파를 게을리 하고, 복음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까지 왔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잘못된 신학 때문입니다. 생명의 역사를 일으키기 위해 교회개척에 뛰어들 졸업생들이 없다면 그런 신학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백석대 신대원이 다른 신학교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신대원생이 처음 입학할 때는 사명에 불타서 들어옵니다. 그런데 졸업할 때가 되면 개척은 생각도 않고 생계형 목회자로 전락합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신앙이 약해지고 사명이 무뎌지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 대학의 신학교육이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는 신학이 되어야 하고 강의실은 기도실이 되고, 수업은 예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모든 교과목을 성경 중심으로 재편합니다. ‘성경과 조직신학’ ‘성경과 목회상담’ ‘성경과 실천신학’ 등 성경 중심으로 말입니다. 이미 백석대 신대원에선 2주간의 신입생 영성수련회와 개강부흥회로 영성훈련을 철저히 진행하며 교수들은 방학 때마다 기도원에서 금식기도를 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어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반드시 붙들어야 할 원칙은 무엇입니까.

“성경입니다. 디모데후서 3장 16절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라고 말씀합니다. 이처럼 성경은 인간의 구원과 삶의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 완전한 해답입니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복음을 전할 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라고 선포해야 하는데, ‘바울이 말했다’ ‘모세가 말했다’고 가르칩니다. 그저 인간 저자의 기준에서 성경을 전합니다. 성경을 하나의 역사책이나 교훈서로 치부합니다. 성경에 담긴 신비한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여호수아가 해와 달을 멈춘 사건을 믿지 않는 신학자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는 목사님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능력이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살아계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신뢰하고 십자가와 부활을 믿으며 성경의 계시와 가르침에 순종할 때 말씀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오는 31일 종교개혁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실천해온 학회와 목회자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와 백석대 등이 공동 주최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총회에서 채택한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토대로 종교개혁 핵심 원리가 갖는 현재적 의미를 되새깁니다. 마지막 순서가 부흥회입니다. 신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무릎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기초를 다시 세우고, 하나님 앞에 철저한 회개를 통해 낮아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부탁의 말씀을 해 주십시오.

“단지 머리로만 아는 믿음, 내 판단을 믿는 믿음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믿고 순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는 내 생각을 내려놓고 순종하는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성령을 의지해서 무릎 꿇고 기도해야만 가능합니다. 인본주의, 유물론적 세계관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은 유일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으며 영속적인 권위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장종현 백석대 총장은 누구?… 예장백석 교단 주춧돌 놓은 지도자

장종현(68) 백석대 총장은 구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교단의 주춧돌을 놓은 지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 총장은 충남 아산출신으로 단국대 영어영문학과와 대한신학교(현 안양대) 신학과를 졸업했으며, 단국대 행정학 박사와 미국 아주사퍼시픽대 명예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안 봉명중학교 3학년 때 봉명동교회에서 인격적으로 주님을 영접했다. 이때 ‘선교사가 되어 세계선교에 앞장서겠다’고 서원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것도 해외선교를 위해 영어에 능숙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복음만이 인간 삶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확신아래 대한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선교사의 자질을 놓고 고민을 하던 중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6년 만에 신학교를 졸업했다.

대한신학교 28회 졸업생인 장 총장은 기도 끝에 신학교육의 사명을 받고 1976년 서울 동자동에 대한복음신학교를 설립했다. 83년엔 학교법인 총신학원을, 93년에는 학교법인 백석학원을 설립했다. 94년 기독신학교로 개교한 백석대는 97년 천안대로 교명을 변경했으며,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가 설립한 백석학원에는 백석대와 93년 천안외국어전문대로 시작된 백석문화대, 84년 총신예술학교로 시작해 2008년 교육부 인가를 받은 백석예술대가 소속돼 있다. 서울과 천안 캠퍼스에는 총 3만여명이 재학 중이다.

장 총장은 78년 복음주의 목회자들과 대한복음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힘을 합해 대한예수교장로회 복음총회를 설립했다. 이 교단은 훗날 예장합동정통, 예장백석을 거쳐 현재의 예장대신이 됐다. 2014년 예장대신과 백석이 통합논의를 할 교단 명칭으로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장 총장이 앞장서 “내 것을 내려놓아야 하나님의 뜻을 붙잡을 수 있다”며 총대들을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교회수는 8300여개로 예장합동(1만1770개) 예장통합(8843개)에 이어 국내 3위 교단이다.

장 총장은 교계 연합사업에도 활발하게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과 한국교회연합 공동회장,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상임대표대회장 등을 지내며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금도 새벽기도를 드리고 오전 8시 학교에 출근한다. 그는 밤늦게까지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학교업무를 보고 있는데, 주요 보직교수들과 학교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학교업무를 꼼꼼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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