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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한창 젊은데 벌써… 20대 관절염 환자 증가, 왜?









#1. 주말마다 동호회에서 축구를 하는 대학생 박지환(25)씨는 경기 도중 무릎이 뒤틀리면서 주저앉았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동네병원에서 X선을 찍어봤으나 뼈에 이상이 없다고 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 간혹 축구 경기 후 무릎에 통증을 느끼거나 심하게 부어올랐지만 그냥 넘어갔다. 통증을 참아가며 축구를 한 적도 있다. 젊음을 과신했던 박씨는 현재 골관절염 초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 최근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20대 직장 여성 A씨는 계단을 오르거나 걸을 때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 근육통이라 여겼지만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큰시큰해 병원을 찾았고 골관절염이란 얘기를 들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한 시간 넘게 달리기를 하면서 관절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진 탓이었다. A씨는 "관절염은 노인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게 생겼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면서 "통증이 점차 심해져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다가 얼마 전 휴직했다"고 했다.

골관절염 증가율, 젊은층 중 20대가 최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불리는 골관절염은 노인병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런데 최근 젊은층, 특히 20대 골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다 무릎이나 발목 등에 외상을 입거나 반복적인 관절 사용으로 연골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일찍 닳아버려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많다. 젊은층에서 증가 추세인 비만도 골관절염 조기 발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령별 골관절염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환자는 6만5418명으로 2012년(5만6977명)보다 14.8% 늘었다. 4년 사이 증가율이 80세 이상(43.7%), 60대(17.2%)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10대(1.5%)와 30대(1.0%)의 증가율을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관절 질환을 주로 다루는 서울 강남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20∼30대에 퇴행성관절염을 진단받는 사례는 드물지만 과거에 비해 증가 추세인 것은 맞다”면서 “20대의 경우 격렬한 스포츠나 레저 활동, 외부 충격, 급격히 증가한 체중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 젊은층의 경우 질병 자체를 의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화여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유재두 교수는 “골관절염은 방치해 악화되면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따른다.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골관절염은 무릎 발목 엉덩이 손목 등 관절 부위의 연골에 손상이 생기고 염증으로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는 질환이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닳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찢어질 수 있다.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냥 놔두면 손상 범위가 넓어져 골관절염으로 이어진다.

운동·다이어트는 과유불급

연골 손상의 주범은 과도한 스포츠 활동이다. 빠른 스피드의 레저 활동이나 익스트림 스포츠는 관절의 과사용과 부상 위험을 높인다. 무릎이 꺾이거나 회전하면서 관절 주변 반월상 연골판이나 십자인대 파열을 초래할 수 있다. 십자인대 파열은 관절이 심하게 뒤틀리거나 꺾일 때 발생한다. 연골판과 인대는 관절과 연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파열되거나 손상되면 모든 체중 부담과 충격이 연골과 관절로 직접 향해 관절염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서울 강북힘찬병원 권혁남 원장은 “연골판이나 인대는 다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걷거나 뛰는 동작에 크게 지장이 없어 방치하기 십상”이라면서 “그 경우 손상 범위가 넓어져 조기 골관절염을 부추긴다”고 했다. 걷다가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이 잘 안될 때, 1주일 이상 지속적인 부종(부기)이 있을 때 연골이나 인대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젊은층에 많은 외상성 골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점차 마모돼 천천히 진행되는 장·노년층의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다. 무릎 골절 환자 중 40% 이상에서 골관절염이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골절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골관절염 발생 위험이 20배 높다.

박리성 골연골염이 대표적이다. 하중을 많이 받는 무릎이나 발목뼈 아래 연골 일부가 괴사하면서 떨어져 나가 생긴다. 외상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관절 연골을 지탱해주는 뼈인 연골 아래 판에 미세한 골절이 쌓여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 같은 과격한 운동을 오랫동안 했을 때 생긴다. 대개 무릎이 붓거나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발목이 자주 삐거나 골절되면 연골에 충격이 가해져 발목 관절염이 올 수 있다.

외상 골관절염을 예방하려면 달리기 댄스 테니스 라켓볼 스쿼시 같이 관절에 반복적으로 강도 높은 충격을 주는 운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영이나 가볍게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같이 체중 부하가 덜 되는 활동 위주로 하는 게 좋다.

과체중이나 비만도 젊은층의 골관절염을 앞당기는 주된 원인이다. 최근 운동 부족, 혼밥문화 확산 등으로 국내 20대 비만율은 2006년 18%에서 2015년 24%로 증가했다. 전 연령층에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체중이 불어날수록 관절염에 걸릴 확률도 높다. 특히 두 발로 걷고 움직일 때 체중을 받치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엉덩이관절(고관절)은 걸을 때 자기 체중의 2.5∼5배, 뛸 때는 약 10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딘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30이상의 고도비만인 경우 과체중과 정상 체중보다 관절염 발생 위험이 여자는 4배, 남자는 4.8배 높다. BMI 25 이상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약 5㎏ 감량할 경우 관절염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 무릎 골관절염 환자 대상 비만율 조사 결과 전체의 42.9%가 과체중, 4.8%가 비만 범주에 속했다. 조기 골관절염 예방을 위해선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젊은층 골관절염, 관절 보존 치료 우선

장·노년층의 경우 무릎 연골이 완전히 손상돼 위·아래 뼈가 맞닿는 심각한 말기 관절염이라면 인공관절수술로 관절 자체를 교체해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층은 연골이 완전 닳기보다는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공관절로 대체하기보다 본인의 연골을 되살리기 위한 보존적 치료를 우선시한다. 권혁남 원장은 “인공관절은 수명이 20년 안팎이어서 젊은 사람의 경우 수술을 여러 번 해야 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격렬한 스포츠 활동으로 골관절염이 온 경우 무릎 연골과 함께 주변 인대가 손상될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십자인대 파열이 대표적이다. 이땐 관절 내시경 치료를 한다. 문제가 생긴 관절 부위에 2개의 작은 구멍을 내고 지름 4㎜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손상 부위를 의사가 직접 확인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연골 조각 등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연골을 다듬는다. 무릎 관절 주변 십자인대를 봉합하는 치료 역시 가능하다.

관절 내시경을 통해 연골 재생술도 이뤄진다. 사용량이 많지 않은 쪽의 무릎 연골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에 이식해 복원하는 방법 등이 주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박리성 골연골염의 경우 관절 내시경으로 떨어져 나간 연골을 제거한 뒤 그 부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카티스템)를 이식해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다.

다음 달에는 단 1회 주사로 골관절염이 악화되는 근본 원인인 염증 작용을 중단시켜 2년 이상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을 개선해주는 신개념 유전자치료제(인보사)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젊은층 골관절염 치료의 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고용곤 원장은 “스포츠 활동 전에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을 통해 관절 연골의 유연성을 높이면 관절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등은 관절에 부담을 높이는 만큼, 의자를 이용하는 생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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