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탁, 비싼 대가] “영화 ‘옥자’ 보셨죠? 윤리적 브랜드 찾는 소비자 중요해요”

지난 12일 암스테르담의 한 마트에서 주부가 계란을 구입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어난 지 2개월 된 네덜란드의 계란 소비량은 파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계란이 가득한 진열장에 유기농 제품만 다 팔려나갔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겪은 네덜란드의 전문가들은 윤리적인 소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 단체 바커 디어(Wakker dier)의 안네 히홀스트(31)씨는 “각 소비 주체들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브랜드를 찾는 게 선순환이 될 것”이라며 “유기농 생산자들 사이에도 경쟁이 생기면 동물 복지도 좋아지고 유통 과정도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나 미디어가 값싼 식탁 뒤에 가려진 희생을 조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예로 들었다. 사람이 먹을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동물들이 어떤 학대를 받는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엔 이미 소비자의 의식 변화가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낸 선례가 있다.

바커 디어는 2007년부터 소비자와 마트를 상대로 배터리 케이지(건전지 모양의 좁은 사육장) 사용을 중단하자는 운동을 펼쳤다. 운동이 점차 호응을 얻기 시작하자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계란의 소비가 90% 가까이 줄었다. 결국 마트에서 배터리 케이지 계란이 사라지게 됐다. 5년 뒤에는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금지했다. 이들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도 닭 대량 사육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식품 소비자 권익 단체 푸드워치의 코리네 코넬리사(35)씨는 “지금 네덜란드는 살충제 사용 허가, 도축장 규율 등을 지나치게 자율에만 맡기는 경향이 있다”며 “자율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불법 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라며 “식품 품질 검사와 출시 후 평가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규제도 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인 동물 사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할 필요도 있다. 가령 농부 입장에선 유기농 사육으로 당장 전환하고 싶어도 시설 투자비가 높아서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 사육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정책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육류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벨기에 동물복지 단체 가이아(GAIA)의 빈센트 보졸란(31)씨는 “육류 생산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이 들고, 그 과정에서 이윤까지 내려다보니 동물 학대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 곧바로 채식만 하자고 독려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육류 대체품(배양육) 등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순간에 육식을 끊는 것은 어렵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여 간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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