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갈길 먼 초중고 SW교육… 융합에서 길을 찾다

2018년 코딩 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교육부 선도학교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서울사대부설여중에서 지난 20일 학생들이 아두이노(코딩 도구)를 활용한 코딩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지난 2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사대부설여중의 한 교실. 자유학기제 ‘로봇코딩’ 수업에 참가한 김민영(14)양과 13명의 학생들이 아두이노(하드웨어 기기를 조정하는 코딩 도구)를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고 있었다.

코딩 준비를 마친 김양이 중국의 코딩교육 애플리케이션인 ‘엠블록’을 실행했다. 화면 왼쪽에 판다 한 마리가 나타났다. 가운데 공간에는 ‘15도 회전’ 등 동작과 형태, 소리를 제어하는 블록들이 표시됐다. 김양이 블록을 클릭한 뒤 오른쪽 공간으로 드래그하자 판다가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특정 기능을 담은 명령어를 마우스로 옮기며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블록 방식의 코딩을 활용해 1초마다 점점 더 밝아지는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만드는 게 이날 수업의 목표였다.

학생들이 아날로그 출력 블록을 누르고 1∼10 사이의 난수를 설정한 뒤 ‘1초 기다리기’ 명령어 블록을 차곡차곡 쌓으니 아두이노 키트가 내뿜는 불빛이 점점 더 밝아졌다. 김양은 “초등학교 때 방과후 수업으로 미국의 코딩교육 앱인 스크래치를 배웠는데 지금은 좀 더 복잡한 명령을 익히고 있다”며 “학기가 끝날 때쯤 코딩을 통해 조그마한 로봇 조종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 SW 교육 본격 준비

김양을 비롯한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 수업 일부를 할애해 코딩을 배우고 있다. 2015년 법 개정으로 국내 중학교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은 2019년부터 소프트웨어(SW) 교육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은 정보 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 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식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는 2015년 228개교에 불과했던 SW 연구·선도학교를 올해 1200개교까지 늘렸다. 교구 구입비와 강사 선임비 명목으로 학교당 1000만원을 지원했다. 현재 전국 635개 초등학교와 370개 중학교, 195개 고등학교에서 상황에 맞게 SW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현구(51) 서울사대부설여중 컴퓨터 교사는 “정규 과목 편성이 예고돼서인지 코딩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SW 교육의 필요성은 알지만 수강료만 수십만원에 달하는 사설 코딩학원이 부담스러운 학부모에게도 시범 교육의 인기가 높다는 평이다.

준비안된 공교육 SW

세계적 흐름에 따라 SW 교육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국내 초·중·고교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교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209개 중학교의 정보·컴퓨터 관련 교원은 1428명이었다. 학교당 0.4명에 불과한 셈이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학급을 전담해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중·고교는 컴퓨터를 전공한 자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맡아야 해 전문교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정보·컴퓨터 교사를 추가로 뽑고 2018년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인 6만여명에게 SW 직무교육을 완료하는 등의 방침을 세웠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가르치는 교사의 전문성도 논란이다. 전문성 있는 중·고등학교 정보 교사를 길러내는 컴퓨터교육학과는 전국에 10곳 내외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코딩과 관련한 60∼75시간 연수를 받으면 바로 코딩을 가르치게 돼 사교육과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철저하게 교과 이기적인 한국 교육 시스템 하에서 SW 교육시수가 늘어나면 국영수 등 다른 과목 시간이 줄어야 한다”며 “SW 교육이 정착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기준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범 교육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된다면 평가 방식 마련은 불가피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은 없다. 학교 현장에선 코딩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의 수준을 어떻게 나눌지부터 필기·실기 시험 비중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중학교 컴퓨터 교사는 “교사마다 코딩 실력이 다르고, 첫 도입이라 수업 방식도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경우를 아우를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과 융합이 정답

전문가들은 SW 교육과정과 관련해 공교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LG CNS는 지난 4월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20여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무료 코딩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 출발한 ‘코드클럽’은 방과후 교육과 재능기부를 결합한 형태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코드클럽은 SW 전공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아이들에게 SW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전문성과 한정된 예산을 이러한 민간기업의 재능기부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별 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코딩 기술을 배우는 단순한 SW 교육에서 벗어나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기존 교과에 SW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기존 과목 수업을 하면서 SW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면 학생들의 이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보 교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던 타 과목 선생님들에게 SW를 다루는 방법 등을 가르쳐 공교육 현장 전반에 SW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