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논리적 해결 능력 키우는 게 SW교육 핵심”



“제가 초·중·고교에서 배운 소프트웨어(SW) 교육은 컴퓨터 역사, 타자법, 엑셀 기초가 전부였습니다.”

오상훈(27·사진) 럭스로보 대표는 ‘즐기는 코딩교구 개발자’다. 그가 만든 교구 ‘모디’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교구를 만지고 놀면서 논리적 사고방식을 배운다. 작은 주사위처럼 생긴 모디는 ‘초음파’ ‘소리’ 등 각자 여러 기능을 가진 모듈이다. 이 모듈들을 조립하면 변기에서 물이 내려갔을 때 자동으로 디퓨저를 뿌리는 장치 등 실생활에 쓸 수 있는 발명품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럭스로보에서 만난 오 대표는 “초·중·고교 내내 로봇을 공부했지만 공교육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이 교구로 자신만의 발명품을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천재’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교육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럭스로보는 오 대표가 2015년 11월 세운 스타트업이다. 지난 4월 영국에 모디를 수출하기 시작해 지금은 미국 등 10개국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액은 지금까지 56억여원이다. 다음달에는 한국에도 모디를 정식 출시한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나온 코딩교구들을 보면 기능이 단조롭거나 조작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중학생이 배우기에 스크래치는 너무 쉽고 아두이노는 너무 복잡해 학생들이 금세 싫증을 낸다”며 “쉽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교구를 조립하며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가 모디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가 ‘로봇 영재’로 불리며 로봇을 공부하던 때 마땅한 교구가 없어 고생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국내 로봇대회에서 우승한 뒤 국내외 로봇대회에서 100회 넘게 수상했다.

오 대표를 로봇 영재로 기른 건 학교가 아닌 인천의 한 로봇 연구소다. 그는 “당시 로봇교육 인프라가 없어 도제식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서울에서는 평범한 초·중·고교를 다니고 방과후에 인천을 오가며 로봇을 배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SW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려면 SW 교육의 핵심을 이해하는 교사부터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를 돌아보면 교사들이 저보다도 로봇을 몰라 못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교사부터 교육 내용과 목적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선 원론적인 내용만 가르쳐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게 SW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C언어 등 ‘코딩 기술’은 대학 때 배워도 늦지 않다”며 “SW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머리가 아닌 눈과 손으로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연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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