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전용차로 사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제주공항을 막 벗어나 시내로 가는 길이었다. 1차로가 버스전용차로임을 알리는 파란색이어서 나는 2차로로 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라고 일렀고, 신호등은 직진 좌회전 녹색이었다. 제주보다 먼저 전용차로가 도입된 서울에서 오래 운전한 경험에 의하면 전용차로의 버스는 늘 직진을 하고, 좌회전을 하려면 2차로로 빠져서 일반 차들과 함께 간다. 직좌 동시진행이라면 일반차로용 신호다. 자동으로 그렇게 간주한 나는 핸들을 돌렸다.

얼핏, 왜 전용차로 신호등이 없지? 싶었다. 전용차로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신호등 자체가 없다. 그러는데 쾅!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와 머리에 충격이 닥쳤다. 좌회전한 지 0.5초정도 사이의 일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떨군 채 뒤쪽의 바직바직 소리를 들으며 차가 꽤 오래 부서지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구급차가 왔고, 나는 응급실로 실려가 CT와 엑스레이를 찍는 한편 보험사, 경찰, 자동차공업사 사람들을 맞아야 했다. 머리에 커다란 혹이 나고 목뼈 살짝 어긋난 것 외에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사고경위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여러 설명과 기사 검색에 의하면, 그 교차로는 문제가 있었다. 공항에서 교차로까지 800m가 전용차로였다. 내 사고 며칠 전 시행됐는데, 전용차로만 좌회전이 되고 일반차로에서는 다음 교차로까지 가서 유턴을 해야 했다. 항의가 쏟아졌다. 곧바로 전용차로 200m가 해제됐다. 좌회전 차는 200m 사이에 1차로로 들어서야 한다. 그런 오락가락 사정을 알 리도 없고, 무엇보다 전용차로가 고작 600m로 끝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한 내가 차선을 위반한 것이다. 사고책임 90%에, 차선위반 범칙금까지 물어야 한다. 좋다. 범칙금에 반파된 내 차 최고한도 자기부담금도 기꺼이 다 문다. 다만 곧 시행될 시내 한가운데 전용차로는 신호등이며 표지 체계를 철저히 갖춰서 이런 사고가 안 나기만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600m 전용차로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글=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삽화=공희정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