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SW는 국가 경쟁력… 단순 기술 아닌 사고 능력 가르쳐야



“비디오 게임을 사지만 말고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세요.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지만 말고 직접 프로그래밍에 도전 해보세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만 하지 말고 스스로 디자인 해보세요.”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코딩 조기교육으로 소프트웨어(SW) 인재를 양성하자며 했던 말이다. 그는 코딩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에 일조한다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정규수업으로 편성토록 조치했다. 일주일에 1시간씩 코딩을 배우자는 취지의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 캠페인은 이미 미국 내에서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도 2014년부터 코딩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고 프랑스 등도 교과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SW교육이 아직 생소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는 SW는 과연 무엇이고, 왜 배워야 하는 걸까.

SW 교육, 넌 누구냐

SW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그와 관련된 문서들을 총칭하는 용어다. 기계 장치부를 말하는 하드웨어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199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 스마트폰의 출현이 더해지면서 하드웨어보다 SW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업무 위주였던 SW가 게임이나 앱 등 개인 다양성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카카오뱅크 출범이 고객의 소비 패턴과 기존 은행의 업무 패턴을 바꿨듯이 SW가 삶의 양식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프트웨어 교육은 필수”라고 말했다.

SW 교육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①기술자·과학자 등 특정집단을 키워내기 위한 전문 교육 ②코딩을 활용해 논리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컴퓨팅적 사고력 교육) ③SW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돕는 교육 등이다.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한국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달한 국가라 SW 교육에 대한 자각이 늦은 편이며 특히 3가지 교육 중 코딩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로 나눈 코딩 교육 절실

그럼 코딩이란 뭘까.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 코딩이다. 컴퓨터 내의 명령 기호인 ‘코드’를 써서 만들기 때문에 코딩이라고 부르는 셈이다. 해결하려는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과제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과정들로 쪼개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짜는 능력을 기르는 게 코딩 교육의 목적이다.

다만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코딩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정윤경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장은 초·중·고 학창시절과 대학, 성인이 되었을 때 코딩 교육별로 중요한 포인트가 나뉜다고 지적한다. 우선 학생 때는 우리 주변의 어떤 것이든 문제를 일단 찾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SW적 사고력을 키우는 단계다.

대학에서는 보다 전문적이고, 학과별로 관심을 갖는 문제를 코딩을 활용해 해결하는 경험이 강조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가설을 검증할 때 코딩을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평생 교육의 경우 코딩 자체보다는 SW를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 적합하다. 블로그를 보다 예쁘게 꾸민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의 취향과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코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현재 우리의 삶은 공기 반, SW 반이라고 할 정도로 SW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SW를 직접 개발하는 사람뿐 아니라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두 SW를 배우고 공부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W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학부모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코딩 열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딩이 중요하지만 언제까지나 SW 구현을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코딩을 이용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사고력이 인공지능(AI)이나 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으로 대표되는 새 시대에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재호 교수는 “지금 한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며 “코딩에 대한 관심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 없이 코딩 기술만 가르치는 교육은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