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트렌드] 10代 강력범죄, 이 아이들을 어쩌나… ‘소년법 논란’ 쟁점









인천 초등생 피살,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 등이 잇따르자 청소년 강력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2007년 말 촉법소년(법을 어겨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을 하는 소년) 연령 기준을 만 12세에서 10세로 낮춘 지 10년 만에 소년법은 최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처벌 강화' 대 '교화·교정 우선'이라는 대립구도 속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형사처벌 못지않게 소년사법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년법 개정·폐지 요구 봇물

소년법은 2007년 12월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소년법 적용 상한선을 20세에서 19세로 낮추고, 촉법소년을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소년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현실을 반영해 보호관찰 처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만 소년의 반사회성을 교정해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보호주의’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보호관찰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연령은 낮아졌지만 형사책임을 면제받는 연령은 14세로 유지됐다. 14세 미만 청소년이 죄를 저질렀다 해도 감옥에 보내는 건 가혹한 형벌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쇼크구금)가 신설되고,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다양화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현재 소년법 개정·폐지 여론은 10년 전보다 훨씬 강력하다. 주된 논의는 ‘죄를 범할 당시 만 18세 미만 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소년법 59조) 등의 보호조항을 폐지해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것이다. ‘만 14세 미만은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형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에는 형사처벌 면제연령 상한선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사형·무기징역에 해당하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최고 20년형까지만 선고할 수 있는 소년보호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다.

초등생도 형사처벌 대상 삼자는데

이는 그동안 청소년에겐 형벌에 특례조항을 적용해온 정책이 되레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방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라 해도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합당한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는 14세 미만이면 보호처분 등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피해자는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도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 범위를 12세까지 넓혀도 11세 초등생이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2015년 10월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캣맘 사건’ 가해자는 9세 초등생이었다. 당시 아파트에서 고양이집을 지어주던 55세 여성은 초등생이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했지만 이 초등생은 형사책임 면제 대상이어서 가해자 처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형사책임 면제 연령을 낮추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소년이 성인과 똑같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강력범죄를 처벌 기준점으로 삼을 경우 소년범죄 자체는 줄고 있는 현실을 잘못 해석하는 꼴이 된다고 주장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상해·폭행·공갈 등 소년 폭력범죄자는 1만7473명으로 2011년(2만8193명)보다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처벌 여부를 나이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현행법을 보완하기 위해 소년의 책임능력에 대한 심층 심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괴물’을 만든 환경도 분석해야

인천 초등생 피살과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10대 소녀들의 집단범죄, 학교를 벗어난 범죄현장,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한 소셜미디어(SNS)다.

엄벌을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가 저연령화·집단화·흉포화라는 청소년 범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10대 가해자들은 쇠파이프와 각목, 담뱃불로 피해자를 장시간 폭행했고, 초등생의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했다. 폭행당한 10대 소녀는 마치 전쟁·공포영화에 등장하는 피해자처럼 피투성이가 됐는데 가해 학생들은 이런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렸다.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장면도 SNS를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상식을 뒤엎는 10대의 엽기행각은 우리 사회에 당혹스러움을 넘어 충격을 안겼다. SNS에서 “(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아?”라고 묻는 가해자의 뻔뻔함에 국민은 분노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14일 “엄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잔인하고 난폭한 범죄에는 소년법상 특례조항을 개정해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처벌보다 교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청소년의 미성숙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승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처벌받을 거라는 인식이 있다면 범죄행각을 숨기려 할 텐데 이들은 범죄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즐거워했다”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고 SNS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이 혼자 있을 때는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다가 집단폭력 상황이 되면 책임에 무감각해진다는 해석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최근의 강력범죄가 공장 근처 골목길 등 ‘학교 밖’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청소년 범죄 대다수가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이었다면 지금은 폭력이 학교 밖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폭력’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며 “학교는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되지만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30만명이 넘는 상황에 대한 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밖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의 환경과 강력범죄의 연관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밀려난 청소년의 상황을 분석하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즉시 조치를 취하고 반성케 하는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 이 연구위원은 “소년사건 처리에 통상 3∼5개월이 걸린다. 죄를 지었을 때 즉시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신속 처리가 되지 않다보니 청소년이 자신의 잘못에 반성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기소유예가 되면 아무런 반성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가정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소년전담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년사법제도 전체를 법원 중심으로 개편해 강제로 청소년을 선도할 수 있는 조치를 늘려야 한다”며 “청소년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은지,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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