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TV, 인테리어가 되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두께가 4㎜도 채 되지 않아 벽에 걸어놓으면 마치 벽과 하나인 듯한 일체감을 준다.LG전자 제공
 
TV를 보지 않을 때는 그림이나 사진을 띄워 '아트모드'로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더 프레임'(맨 위)과 QLED TV 스탠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의 모습.삼성전자 제공


냉장고의 디자인이 바뀌고 소파의 색깔이 변하는 동안 TV는 크기만 커졌을 뿐 큰 변화가 없었다. TV를 살 땐 크기가 중요했고 집 안에 들여놓을 땐 위치만 정하면 됐다. 인테리어에서 사실상 찬밥신세였던 TV가 변하고 있다. 화질 경쟁이 큰 의미가 없어질 만큼 대부분의 TV가 실제와 별 차이가 없는 생생한 화면을 전달하면서부터다. TV는 벽지만큼 얇아졌고, 스탠드는 이젤 모양을 띄면서 하나의 작품이 됐다. TV가 그 자체로 인테리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벽지(wallpaper) TV’의 등장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에는 기술이 완성된 디자인 가전이 대거 등장했다. 종잇장처럼 얇은 TV는 ‘벽지(wallpaper)’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얇은 TV를 만져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간과 조화에 신경 쓴 TV 디자인이 전시에서 많이 보였다”며 “갤러리처럼 TV를 활용해 전시하는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얇은 두께를 강조하기 위해 TV를 유리에 붙여 전시했다. 얇은 두께로 앞뒤로 휘어지는 시제품도 공개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장점을 강조했다. 4㎜도 채 되지 않는 두께로 벽에 걸어놓으면 마치 벽과 하나인 듯한 느낌을 준다. 화면 이외의 것을 모두 없애 화질에만 집중할 수 있고, 군더더기 없는 패널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제품에는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모드도 적용됐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마치 예술작품이 벽에 걸려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올해 IF, 레드닷, IDEA 등 주요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도시바와 파나소닉, 독일의 그룬딕과 메츠, 중국의 창홍, 스카이워스 등은 월페이퍼 형태의 OLED TV를 선보였다. 파나소닉은 베젤(테두리)이 아예 없는 투명한 형태의 TV 시제품을 내놨다. 그룬딕은 ‘Paper Thin’이라는 이름을 붙인 TV를 어두운 공간에 전시해 자발광 소자의 특징을 강조했다. OLED TV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12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OLED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향후 OLED가 TV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LG디스플레이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여상덕 사장은 “이미 OLED TV는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TV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미래 디스플레이인 OLED TV로 시장을 본격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올해는 170만∼180만대, 내년에는 250만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것”이라며 “생산 측면에서도 OLED TV가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집 안 분위기 맞춰 스탠드도 다양하게

TV 스탠드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QLED TV 스탠드 공모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5개 작품을 IFA에서 전시했다. 최종 후보작은 장식용 선반이 결합된 스탠드, 화분을 겸한 등나무 바구니 스탠드, 감각적인 색유리 스탠드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포함됐다. 정형화된 TV 스탠드 디자인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조화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었다.

TV가 꺼져있을 때도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더 프레임’은 액자인지 TV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더 프레임의 ‘아트 모드’는 기존 TV나 디스플레이에서 담아낼 수 없던 캔버스의 독특한 질감을 보여줘 마치 실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트 모드에는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삼성 컬렉션’과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작품을 구독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아트 스토어’가 있어 다양한 작품을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 또 사용자 디바이스에 저장된 이미지를 아트 모드를 통해 볼 수 있는 ‘마이 컬렉션’ 메뉴도 지원한다.

독일 브랜드 로에베는 국내에 아트(Art) 라인 TV를 출시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옵션을 선택해 TV 스탠드와 스피커를 조합할 수 있다. IFA 전시장에는 금속 테두리에 그림이 걸려 있는 듯한 TV가 전시됐다. TV를 하나의 작품처럼 활용한 전시는 많은 관람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스피커,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음향을 강조한 TV는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아예 없애는 전략으로 나뉜다. 뱅앤올룹슨의 ‘베오비전 이클립스’는 사운드바를 닮은 3채널 사운드 센터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제공한다. 스피커 전면을 알루미늄 커버나 컬러 패브릭으로 선택할 수 있어 집 안 인테리어에 맞게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베오비전 이클립스는 뱅앤올룹슨이 LG전자와 TV 부문에서 협업한 첫 제품이다. 스탠드는 사용자 위치에 맞게 좌우 90도까지 회전시킬 수 있어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화면 왜곡 없이 TV를 볼 수 있다.

일본 소니와 중국 창홍, 스카이워스는 패널 자체에서 소리가 나는 TV를 선보였다. 사운드 시스템을 패널에 내재화해 OLED 화면에서 사운드가 직접 울리게 만들었다. 소니는 유럽에서 새로운 4K OLED TV ‘브라비아 A1’ 77형 모델을 출시했다. 디스플레이를 진동시키는 ‘어쿠어스틱 서피스’ 기술로 TV 화면에서 바로 소리를 낼 수 있다. 화면 속 등장인물이 비춰지는 곳에서 소리가 나와 현장감을 더한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주도하는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강인병 전무는 미래 TV의 모습을 이렇게 예상했다. “액자 대신 디스플레이를 통해 멋진 명화들을 바꾸어 가면서 감상할 수 있고, 벽난로 영상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어요. 미러(Mirror)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는 옷을 실제로 갈아입을 필요 없이 옷을 입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볼 수 있을 겁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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