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범죄 日, 진정한 사죄 있어야”… 슈뢰더 전 獨총리 ‘나눔의집’ 방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광주=곽경근 선임기자


“일본이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되신 분들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음을 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기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일본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분들 생전에 그런 일이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여기 계시는 분들은 폭력을 겪은,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된 분들이다. 자발적으로 하는 ‘위안'과는 거리가 멀어 위안부로 불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나눔의집에 세워진 추모비에 헌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도 둘러봤다.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얼굴이 담긴 사진과 기부금 1000만원도 전달했다. 나눔의집 측은 답례로 고 김순덕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 ‘끌려감’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세워진 ‘못다 핀 꽃의 소녀상’ 모형을 슈뢰더 전 총리에게 전했다.

자서전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참상의 현장을 누빈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김씨의 아들인 승필씨,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영화를 봤다. 승필씨와 나란히 앉은 슈뢰더 전 총리는 상영 내내 눈이 붉게 충혈될 정도로 눈시울을 적시며 영화를 관람했다.

오전에 슈뢰더 전 총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특강에서 그는 “포괄적인 개혁을 하다보면 (국회의원들은) 의석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개혁을 위해선) 정권과 정치적 입지를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익을 위해 적어도 선거에서 실패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과 국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 조건을 갖춘다면, 다시 말해 도발을 중단할 경우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며 “힘겨운 길이겠지만 이 입장이 고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광주=강희청 기자, 박지훈 김경택 기자 kanghc@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