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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 끝 신선이 노닐던 곳으로… ‘서해의 보석’ 전북 고군산군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 앞산에서 내려다 본 지풍금 마을과 고군산대교. S라인의 도로를 따라 해질녘 차량의 불빛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다.
 
무녀도 앞 바다 쥐똥섬.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된다.
 
신시도의 대표적 조망대인 대각산 정상 전망대.



 
신시도 몽돌해변. 파도에 씻겨 동글동글해진 돌로 이뤄진 해변이 파도와 어울려 청아한 소리를 들려준다.


삶에 지치고 가슴이 답답할 때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한없는 위안과 휴식을 안겨준다. 수평선 너머로 곧게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높은 곳에 올라 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막혔던 속은 뻥 뚫리고 세상사에 주름진 마음도 곧게 펴질 것이다. 이런 곳으로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전북 군산 비응항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달리면 닿는 신시도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김제, 부안, 군산에 걸쳐 있다. 길이가 무려 33㎞에 이르는 ‘바다 위 만리장성’이다. 국내 최대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 비응항에서 양옆에 바다를 끼고 빨랫줄처럼 곧은 일직선 도로를 달리다 첫 번째 마주하는 섬 야미도를 지나면 곧 신시도다.

새만금 방조제 중간쯤에 위치한 신시도는 군산시 옥도면에 위치한 섬으로 군산시청 남서쪽 약 26㎞ 지점에 있다. 선유도, 무녀도, 대장도, 장자도, 관리도, 방축도, 횡경도 등 6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고군산은 예전의 군산이라는 뜻이다. 섬들이 별처럼 모여 있어 ‘호수에 뜬 별들’이라 불린다. 고려시대엔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길목이었고 서남해 지방에서는 개경이나 한강으로 가는 중간지점으로 조운선(조세로 거둔 쌀을 운반하던 배)이 풍랑을 피해 정박하는 중간 기착지였다. 왜구들의 노략질로 고려 말에는 폐허가 됐고 조선 태조 6년(1387년)에 군사전략적 요충지인 군산도(현재 선유도)에 수군 만호영이 설치됐다.

신시도에는 섬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12㎞ 길이의 ‘구불길’이 조성돼 있다. 구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뜻하는 군산의 도보여행길이다. 고군산군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럿 있다. 199봉, 월영봉(198m), 대각산(187m), 앞산(122m) 등이 대표적이다.

새만금 휴게소에서 월영재에 올라 왼쪽의 가파른 길을 택하면 199봉이 나온다. 능선 너머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고군산군도의 섬들은 해질녘 황금색으로 채색된 바다를 배경으로 시시각각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199봉에서 남쪽능선을 따라가면 신시배수갑문과 부안으로 뻗은 새만금 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에서 우측으로 오르면 월영봉이다. 마을에서 볼 때 달이 떠오르는 쪽의 봉우리여서 붙은 이름이다. 월영재에서 월영봉까지의 거리는 불과 260m이지만 제법 경사가 있어 10분 이상 걸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 올라 월영대라 칭하고 돌담을 쳐 거처를 만들어 놓고 때로는 생식을 하며 글을 읽었는데 그 소리가 중국 남경까지 들렸다고 한다. 막힘없는 바다 위에 보석처럼 점점이 수놓아진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론 훤칠한 대각산이 우뚝하고 그 왼쪽 너머로 선유도가 조망된다.

월영봉에서 내려서면 몽돌해변으로 이어진다. 해변 끄트머리 왼쪽에 대각산 오름길이 보인다. 자연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판상절리대가 서해의 조망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대각산에는 정상석과 3층으로 된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신선들이 살았다는 선유도와 무녀도의 풍경들이 지척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유해변과 망주봉(104.5m), 장자도·대장도 등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조망을 만끽하며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신시도 마을(지풍금)에 닿는다. 지풍금은 섬 안쪽으로 깊숙이 파여 만을 형성한 지형에서 나온 지명이다. 약 80가구가 기대어 사는 포구마을이다. 20여분이면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마을에서 앞산을 오르면 돌탑이 2개 있다.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산에서 내려다보면 S라인의 도로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도로는 웅대한 고군산대교를 지나 무녀도로 이어진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에 이르는 8.8㎞의 4번 국도 중에서 현재 무녀도까지 4.4㎞ 구간만 개통돼 있다. 고군산대교는 보통 2개의 주탑으로 구성된 일반 현수교와는 달리 주탑이 1개인 외팔이다. 주탑은 돛을 형상화한 ‘D’자 형태로 만들어졌다.

도로는 무녀도에서 막힌다. 일반 차량은 통제되고, 공사 차량과 섬 주민 차량들만 통행할 수 있다. 무녀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무녀봉(131m)에서 내려다 봤을 때 무당이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무녀도는 ‘서들이’와 ‘모개미’ 두 개 마을로 구분돼 있다. 서들이 명칭엔 ‘부지런히 서둘러서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무녀도 앞 바다에 ‘쥐똥섬’이 아름답다.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은 문양석으로 유명하다. 수억년 전부터 켜켜이 쌓인 점토와 모래 등이 층별로 굳어져서 만들어진 퇴적암 돌판에 그려진 그림이 야외 자연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선유도까지 도로는 올 연말 완공예정이다. 진입로 주변은 여행객 차량과 공사 차량, 선유도까지 왕복하는 미니 ‘관광셔틀버스’, 자전거 대여소, 간식을 파는 푸드트럭 등으로 혼잡하다. 무녀도 임시 주차장에 차를 놓고 유료로 대여중인 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해서 선유도를 다녀올 수 있다.

선유도에 들어서면 거대한 바위산인 망주봉에 오르거나 선유산 산행을 한다. 남악산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155.5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섬의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45m 높이의 탑에서 즐기는 ‘스카이 선 라인’(집라인)도 있다. 선유해변 한쪽 끝에 세운 12층 높이 탑에서 해변과 주변 섬들을 바라보며 700m를 하강해 솔섬에서 내린다.

여행메모

새만금 방조제 중간 고군산군도 출발점… 자전거·스쿠터 이용 서해 절경 선유도行


신시도는 새만금 방조제로 연결돼 있다.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산나들목에서 나가 비응항을 거쳐 새만금방조제로 간다. 신시도까지 방조제 길이는 약 15㎞, 차로 20분쯤 걸린다.

신시도에서 고군산대교를 건너 무녀도까지는 차로 갈 수 있다. 무녀도에서 선유도로 이어지는 도로는 통제 중이다. 섬 주민들만 차로 드나들 수 있다. 섬 주민도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낮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만 통행이 허락된다.

미리 숙소나 식당을 예약했다면 숙소주인이 무녀도로 마중을 나와 차로 이동시켜 준다. 예약이 없다면 셔틀버스를 타거나 자전거·스쿠터 등을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무료’라고 하지만 권유하는 식당이나 숙소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요금을 내야 한다. 신시도에는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 많다. 비응항 주변에 횟집과 수산물시장이 있다.

산행객들은 새만금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 199봉에 올라 고군산군도 섬무리를 감상한 뒤 월영재∼월영봉∼몽돌해변∼대각산∼지풍금∼제방∼월영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면 된다.

군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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