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재채기가 무서워



한 달쯤 전 무거운 걸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렇게 다쳐본 적이 없던 터라 ‘뭐지?’ 하면서 끙끙거리다가 이삼일 지나 괜찮은 것 같기에 책 정리를 좀 했는데, 다시 쩌르르 등허리가 아프다. 그렇게 괜찮고 아프고를 반복했다. 미련하게 무리수를 두던 내가 정신이 번쩍 든 건 연달아 나온 재채기에 통증이 밀려든 뒤였다.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 어기적거리며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았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고 다른 지방에도 다니고 했던지라 치료는 순조롭지 않았다.

달리 아파본 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허리 부상은 꽤 색다른 자각으로 나를 끌고 간다. 그동안은 눈과 위가 말썽이었다. 각막수술 때는 무시무시한 통증을 겪었고 위는 때때로 파업을 벌였지만 그건 모두 내부 문제로, 겉은 멀쩡해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병리 현상이 고스란히 겉으로 드러난다. 일어나고 앉을 때 뭘 짚어야 한다거나, 어구구 비명이 절로 난다거나,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짚은 채 천천히 엉기적거린다거나. 한마디로 갈데없이 아픈 할머니 꼴이 된 셈이다. 그렇게 안 돼 보이지? 하고 으스대는 용으로 들이밀던 내 나이가, 이제 그만 까불고 좀 겸손해 보시지? 반격하는 것 같다. 휴우, 그래야지. 이 정도에 그친 것만도 감사하며 자중자애해야지.

정말 놀라웠던 건 재채기나 기침 때문에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목이나 가슴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허리가. 콜록 혹은 에취 하는 그 짧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 그렇게 큰 에너지를 뿜어내며 몸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니! 목이나 코가 간지럽다 싶으면 바짝 긴장하지만 어쩌랴, 터질 재채기와 기침은 터지게 마련이다. 나는 또 으윽! 등허리를 부여잡는다. 그러면서 몸에 대해 더 예민하게 감각의 촉수를 뻗어본다. 언제 어떻게 전체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작은 부분과 기관, 사소한 움직임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건지지 못했을 수도 있는 생각이다. 재채기가 무서울 수도 있다는 깨달음, 어쩐지 대견하다.

글=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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