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이름을 모르는 사이



검색을 많이 한다. 중요한 것도 검색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검색한다. 궁금한 것 중에는 검색창에 입력할 말조차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한자 검색이라든지 음악 검색 같은 시스템은 매번 감탄하면서 쓴다. 최근에는 꽃 검색을 시도했는데, 내가 목표로 하는 꽃을 벌들도 목표로 하는 바람에 검색용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옛 방식대로 해야 한다. 꽃 이름을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무고개 하듯 설명하면서 말이다. “흰색이고 여름 꽃인가 봐요, 사진도 있어요. 아아 네. 메밀이나 감자꽃은 아니고요.” 어디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게 ‘인생 꽃 베스트3’ 안에 든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꽃 이름을 모른다.

사실 ‘인생 꽃 베스트3’의 다른 꽃 하나도 이름을 모른다. 보라색이고, 역시 사진으로는 남아 있지만 우리는 이름을 모르는 사이다. 언젠가 세비야에서 관광용 마차를 탄 적이 있는데, 어느 지점에서 마차 위로 보라색 꽃나무가 덮칠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마차를 몰던 남자에게 저 꽃의 이름이 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안달루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궁금했던 꽃나무 이름에 대해서 말이다. 남자는 세 번이나 꽃 이름을 말해주었고, 나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금세 그 답을 잊어버렸다. 첫 음절이 ‘아’였던 느낌만 남았고, 그 ‘아’는 내가 뱉은 감탄사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그 꽃에 대해 파고들면 알 길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나는 거기서 멈췄다.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한, 그런 호기심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요즘 같은 검색 시대에는 쉽게 알아낸 정보들은 금세 잊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 목소리 어디서 들었더라, 이 향기가 뭐지, 그걸 바로 해소할 수 있는 목소리 검색이나 향기 검색은 어떨까’ 하다가도 멈추게 된다. 그리고 곧 정반대의 마음을 품게 되는데, 절대 검색되지 않는 영역과 알 수 없는 세계가 여전히 건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윤고은(소설가),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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