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용감한 엄마들



오늘 아주 용감한 엄마들을 만나고 왔다. 제주시 ‘아기사랑 엄마의 집’에 사는 미혼모들. 아직은 이 용어가 보편적이라서 쓰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이름이 붙여져야 할 터이다. 아기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용기가 남다른 이 엄마들은 훨씬 멋진 이름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자그마한 원룸에서 홀로 아기를 키우며 공부나 자기계발의 끈도 놓지 않는 엄마들 열 명을 보살피는 복지사를 비롯한 봉사자들도 주목 받아 마땅하다. 만만치 않은 업무와 이런저런 문제에도 그들은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이었다. 나는 무엇이 가장 절실한가 물었는데, 대답이 상당히 의외였다. 엄마들의 치아 치료라는 것이었다. 출산 후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이가 많이 상했지만 비싼 치료비에 엄마들은 마음 놓고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 집을 떠날 때 지급되는 지원금이었다. 갈 곳 없는 엄마와 아이들이 거처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가 정서 상담이었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삶에서 의미를 찾고, 질서를 잡고,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상담이 꾸준히 진행되면 좋겠다고 복지사들은 말했다. 어느 정도 자라 또래사회로 진입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면서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손길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 소원을 짜잔! 이루어줄 지니, 요정, 도깨비방망이, 뭐가 됐든 그런 게 어디선가 뿅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잠시 멍 하니 앉아 있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모두들 한 달에 한 번 엄마와 아기들이 함께 야외 나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얼굴을 빛내고 있었다. 몇 시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고, 충분히 대접받는 기분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여행이 엄마들의 꿈이었다. 그 정도 꿈은 꼭 마법지팡이가 휘둘러지지 않더라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출산율이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이 시점에 우리가 가장 소중히 대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용감한 엄마와 아이들이 아닐까.

글=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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