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전술핵 재배치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찬성 주장과 그렇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주변국 군비강화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반대가 맞선다. 보수 야당은 대선 때부터 불거진 전술핵 재배치를 아예 당론(자유한국당)으로 채택했거나 잠수함·항공기에 탑재시켜 사실상 재배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핵공유'(바른정당)를 주장한다. 정부와 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입장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1991년 핵무기 철수 이전까지 전투기에서 투하되는 핵폭탄, 155㎜와 8인치포에서 발사되는 AFAP, 랜스 지대지 미사일용 핵탄두, 핵지뢰 등 최대 250발까지 배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이래서 찬성 -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구걸로 오지 않는 평화 '공포의 균형'이 최선책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면서 이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해졌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고 우리는 핵을 갖지 못한 것이 직면한 안보 현실이고, 핵을 비핵으로 막을 수 있는 군사전략 또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절대무기 핵은 오로지 절대무기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완료해 우리 턱 밑에 들이댄 상황인데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해 핵탄두를 탑재했을 때가 '레드라인'이라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사가 달린 중대 문제를 두고 여전히 낭만적 대북관에 빠져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공허한 대화 제의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우리 국민들이 북한 김정은의 핵 노예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힘의 균형' '공포의 균형'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야말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우리도 핵을 쓸 수 있다는 '공포의 균형'이 가능하도록 해 한반도 전쟁 억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나아가 북핵 동결 내지 포기를 유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전술핵 재도입 주장에 일부에서는 1991년 전술핵 철수의 계기가 됐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번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91년 우리가 주장한 전술핵 철수의 전제조건은 한국과 북한의 공동 비핵화였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을 개발한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당시 선언은 주한미군 전술핵을 철수시키려는 북한의 속셈에 순진했던 한국 정부가 철저하게 기만당한 것이다. 따라서 전술핵 재배치는 우리가 핵을 갖겠다는 게 아니고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본래 상태로 돌려놓자는 원상복구의 의미다.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활용, 한·미동맹을 균열시키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 구도의 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안보정책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이 핵개발을 완료하고 ICBM 완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91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에 대해 무효화 선언을 하고, 조속하게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 주변국에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정당방어이며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물론 북핵 폐기가 이뤄질 때까지의 한시적 조치다.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신속하고도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결정하기 위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여론조사 등은 국론분열과 시간낭비만 할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보다 중요한 국가 안위에 관한 정책은 없다. 국민투표를 통해 모아진 국민의 단합된 전술핵 재배치 의지를 대외에 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5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표지에 북한과의 핵전쟁 발발을 경고하는 기사를 실으며 '일어날 수도 있다(It could happen)'는 표현을 썼다. 한반도 핵전쟁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한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공허한 말이 아니고 "핵을 동원해서라도 한반도 전쟁은 반드시 막겠다"는 단호한 말로 바꿔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핵 없는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한시적이고 굴종적인 평화일 뿐이다. 평화는 구걸해서 얻을 수 없고 힘의 균형이나 상대를 압도할 전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이래서 반대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전술핵 재배치로는 국민 불안만 조장… 안보 포퓰리즘 없어야

"이리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독재정권을 풍자한 이강백의 소설 ‘파수꾼’에 나오는 위선적인 권력자 촌장의 대사다. 최근 일부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대한민국과 미국을 내일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파수꾼의 징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 핵을 남한의 핵으로 억제해야 한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핵·미사일을 앞세운 북의 도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공격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북한의 계속된 위협을 거짓이라고 외면하자는 것도 아니다. 핵이 없어도 북을 충분히 무력화시킬 유무형의 무기가 우리에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북한이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지금까지 도발과 위협이 짐짓 미국과 대한민국을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김정은 정권의 시선의 끝은 북한 내부에 있다. 소리는 밖을 향해 지르지만 눈은 내부를 향해 있는 것이다. 북한은 고립무원 상태다.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해 포위하고 있고, 우방이라 믿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의하는 등 국제적인 고립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렇듯 백척간두에 몰린 북한이 선제공격을 한다? 북한 지도부는 겉으로는 무모해 보이지만 실제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 작금의 한반도 위기 조장은 북한의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평가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체제를 유지하려는 김정은 정권에 전쟁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최근 북한의 위협은 ‘전쟁을 위한 도발’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신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자 17%대 지지율의 정당이 지지율 반전과 흩어진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목적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쨌든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상상해보자.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는 순간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군비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종국적으로 동북아 전체가 잠재적 화약고가 될 수 있다. 한국 전술핵은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선 턱밑에 미국이 칼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전술핵이 보관된 지역으로 적의 공격이 집중돼 해당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평화통일과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더라도 앞장서서 반대해야 옳다. 하물며 미국도 작년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전술핵 재배치 논란을 이용해 국민 불안감을 조장하고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국익을 위해 전술핵 재배치 논란은 종식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절대적 명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향후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세운 명분을 깨게 된다. 그때부터는 북한을 상대로 핵·미사일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도,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고 주장할 수도 없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에 뚜렷하게 반대하는 미국이 전술핵을 무상으로 제공할 리도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고,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전술핵 재배치가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미국이 핵이 없어서 북한으로부터 위협받고 있을까? 아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주변국만 자극할 뿐 북핵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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