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중간재 중심 교역 한계… 소비재·서비스 늘려야



한·중 수교 이후 25년간 두 나라를 이어준 핵심 고리는 무역이다. 수교 첫해인 1992년 63억7900만 달러였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2114억1300만 달러로 33배 확대됐다. 관광객도 늘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만6865명에서 806만7722명으로 100배 늘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경제적 피해로 표면화되면서 과거 호시절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상호 경쟁 심화 등으로 양국의 경제관계가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20일 발표한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양국은 수교 이후 중간재 중심의 가공무역이 자리잡으면서 상호 무역 의존도를 높여왔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 비중은 92년 4.2%에서 지난해 23.4%로 급증했고, 중국의 대한국 교역 비중 역시 93년 4.2%에서 지난해 6.8%로 높아졌다. 중국은 2004년부터 한국의 1위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은 2013년 이후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세계 무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가까워진 두 나라는 사드 배치로 급랭했다. 중간재의 경우 사드 보복 영향에서 비켜 있었지만 자동차 등 소비재와 관광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80만8359대가 팔렸으나 사드가 배치된 올해 3월 이후 판매량이 곤두박질쳐 올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절반 수준(43만947대)에 머물렀다.

중국 관광객도 사드 배치 이후 발길이 뜸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방한 외래 관광객 수를 보면 올 상반기 방한 중국인은 225만2915명으로 전년 동기(381만6756명) 대비 41% 감소했다.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광수지 적자폭도 같은 기간 16억830만 달러에서 62억3500만 달러로 커졌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 역시 유례없는 타격을 받았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2분기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단적인 예다.

근본적인 변화는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 성장기조에서 소비·서비스 중심으로 달라지면서 양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4.0%로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중 수입에서도 중간재 비중은 61.8%일 정도로 양국은 중간재를 중심으로 얽혀 있다. 반면 중국은 ‘차이나 인사이드’(부품·소재 국산화)를 내세우며 내수 중심 성장전략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양국 간 기술 격차가 줄면서 중간재 중심 교역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무협은 이러한 영향으로 향후 5년간 교역량 증가율이 5.7%로 지난 10년 평균(7.0%)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 관계에서 비중이 적었던 소비재나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등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5∼6년 전부터 중국의 자급화로 한국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며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정권이 달라져도 계속 추진해야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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