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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알지만 ‘장동건 작품’은 모르는 그대에게 [인터뷰]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과 함께한 영화 ‘브이아이피’를 통해 첫 멀티 캐스팅을 경험한 장동건. 그는 “혼자 이끌어갈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 재미는 더하고 부담은 덜한 작업이었다”고 웃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로마 위드 러브’(2013)에 그런 대사가 나와요. 어떤 유명인이 왜 유명해졌는지 얘기하면서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고 하죠. 정말 그래요. 어린 친구들 중 제 작품을 한 번도 안 본 사람도 많은데 다들 제가 누군진 알더라고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흔히 떠올리는 배우 장동건(45)의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닐까. ‘범접할 수 없는 거리에서 고고하게 반짝이는 톱스타.’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생각은 좀 달라진다. ‘미남배우’ 타이틀쯤은 아랑곳 않는 과감한 시도와 부단한 노력이, 그가 얼마나 간절히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인지 보여준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V.I.P·감독 박훈정)에서도 그는 보란 듯이 거칠어졌다. 미국 CIA와 대한민국 국정원이 합작해 귀순시킨 북한 고위간부의 아들 김광일(이종석)이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 장동건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아 냉철함과 뜨거움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를 펼쳤다.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두 가지 모습을 지녔다는 점에서 박재혁이란 인물에 매력을 느꼈다”며 “홍콩에서 촬영한 액션신은 ‘익숙한 장동건’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무직을 연기할 때가 더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박재혁은 현장 요원으로 뛰다 김광일 사건을 잘 처리해 사무직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그의 임무는 김광일을 비호하는 것. 김광일을 쫓는 경찰 채이도(김명민)와 김광일에게 복수하려는 북한 공작원 리대범(박희순)을 막아서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수록 점차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

장동건은 “기존 영화와 같은 첩보원의 모습을 그리기보다 업무에 찌든 회사원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마지막 반전을 위해 감정 변화를 최대한 숨기며 연기해야 했다. 감정을 빼고 누르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점점 ‘이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젠틀한 이미지와 달리 그간 장동건은 선 굵은 역할을 주로 해왔다. ‘친구’(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4) ‘태풍’(2005)…. 작품 속 그는 거의 매번 거친 ‘상남자’였다. “제 개인의 취향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라라랜드’(2006)처럼 뻔하지 않은 멜로도 욕심이 나긴 해요.”

‘우는 남자’(2014)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 앞으로는 좀 더 속도를 낼 생각이란다. “배우 생활을 25년 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더라고요. 과거엔 70이 좋아도 나머지 30이 마음에 걸려 고사한 적이 많아요. 이제는 바뀌었어요. 60이 좋으면 한번 해보자는 주의에요. 신중하게 고른 작품이 그렇게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웃음).”

단역으로 출연한 데뷔작 ‘아들과 딸’(MBC·1992) 이후 단 한 차례도 주연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장동건은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고 했다. “젊었을 때 오히려 애늙은이 같았어요. 걱정은 덜 하고 좋은 결과는 더 즐겨도 됐는데, 많이 주저했죠. 계속 다음만 생각하느라 주어진 상황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워요.”

‘신비주의’는 이제 서서히 내려놓고 있다. 2010년 5월 동갑내기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장동건은 아빠가 된 이후 삶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 카페나 축구 교실에 가거든요. 해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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