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중성화 논쟁



동갑내기 사촌이 근처에 산다. 최근에 식구들이 암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운다. 내 사촌인 아빠는 보기만 해도 입이 벙싯 벌어지고, 엄마는 하루 이틀 집을 비우면 다른 누구보다 고양이 보리가 더 보고 싶더라며 희한해한다. 아들은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고, 유학 중인 딸은 노심초사 안부를 묻는다. 고양이 재미를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엊그제 통화 중에 사촌이 걱정스레 말했다. 보리가 이상하게 울어대. 몇 개월이지? 5개월쯤. 그럼 발정기인가? 달려가 보니 짐작대로였다. 중성화시켜야 해. 내가 단언했다. 사촌은 단호히 반대했다. 의사인지라 성호르몬 차단에 의한 부작용을 염려한다. 인간 편의에 따라 동물 삶의 조건을 조작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한다. 난들 그게 마음에 들겠는가. 그러나 인간세계로 깊숙이 들어온 동물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자연적 삶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길고양이 TNR(Trap Neuter Return·포획해서 중성화하고 풀어준다)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길고양이는 그럴 만하지만 집고양이까지 그래야겠어? 사촌은 묻는다. 아기고양이는 어떡하려고? 다 키우게? 내가 되묻는다. 분양하지. 나는 아기고양이 분양의 어려움을 역설한다. 동물보호소 동물이 먼저 분양되어야 하는 이유도 말한다. 사촌은 좀 흔들린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 동영상도 찾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살게 하느니 자연에서 살도록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건 안 돼. 한국에서 길고양이로 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니 하는 소리지!

나도 마음은 복잡했다. 열성적인 캣맘도 아니고, 그저 어린 길고양이 하나 데려다 십여 년 키워왔다는 이유로 다 아는 척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을까? 이게 꼭 최선일까? 정작 고양이들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누가 안단 말인가. 냉장고 앞에 도사리고 앉은 맹랑이에게 묻는다. 너한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어떻게 살겠니? 녀석이 날 빤히 쳐다보는 게,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간식이나 내놔라.

글=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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