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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서울은 궁궐의 도시, 홍보 캐치프레이즈 됐으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 출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을 소개하고 있다. 창비 제공


마침내 서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창비)가 드디어 서울을 다룬다. 시리즈의 첫 책이 1993년에 출간됐으니 24년 만이다. 신작은 총 8권이 나온 국내 편과 4권으로 구성된 일본 편을 잇는 작품으로 서울의 진면목을 확인케 하는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저자인 유홍준(68) 전 문화재청장은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쓰자는 생각으로 집필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도성 안에 5개 궁궐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는 조선이 유일해요. 중국 쑤저우(蘇州)가 ‘정원의 도시’, 일본 교토가 ‘사찰의 도시’라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궐의 도시라는 문구는 서울을 홍보하는 캐치프레이즈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서울 편은 총 4권으로 예정돼 있는데, 이번엔 2권만 미리 출간됐다. 1권에서는 조선의 왕조문화를 대표하는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경궁 등 서울의 궁궐을 집중 해부한다. 2권에서는 한양도성 성균관 동관왕묘 등 조선 왕조가 남긴 다양한 문화유산을 다룬다.

추후에 내놓을 3권에서는 인사동 북촌 서촌 성북동 등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탐사하고, 4권에서는 한강과 북한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는 숭례문과 관련된 뼈있는 질문도 나왔다. 유 전 청장은 문화재청을 이끌던 2008년 숭례문 화재 참사가 발생하자 숭례문 소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청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문화재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만큼 책임은 문화재청이 아니라 서울시가 져야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당시 사퇴했던 건 분위기가 (책임 소재에 대한) 얘기를 해봐야 먹히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며 “포커를 칠 때 돈을 잃으면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하는 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해서라도 숭례문에 대한 얘기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청장은 간담회 말미에 “아직 쓰지 못한 내용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20년 넘게 썼는데 이제 국토의 절반 정도만 다룬 거 같아요. 저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랑과 사랑으로 ‘내수용’ 답사기를 썼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의 누군가는 저를 대신해 ‘수출용’ 답사기를 써줬으면 합니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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