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뭘 살까? ‘챗봇’에 물으니 쇼핑목록 주르르





‘곧 다가오는 자녀 생일에 어떤 선물이 좋을까?’ 자녀의 취향과 최근 관심사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부모라면 선물을 고르는 작업이 한결 수월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민에 빠진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퍼스널 쇼퍼’의 도움을 받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말이다. 고객의 직업이나 나이, 체형, 구매성향, 스타일, 경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퍼스널 쇼퍼는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말한다. 주로 의류 매장들이 VIP고객을 위한 고급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어 멀게만 느껴지던 퍼스널 쇼퍼를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에서 내세우는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해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열 두 살 딸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라고 챗봇에게 물어보면 최신 트렌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뉴스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로 최적화된 선물을 추천해준다. 어디서 구매 하는 게 좋을지, 영업시간은 언제까지인지도 추가 검색 없이 한꺼번에 제공해준다.

유통업계 대세로 떠오른 ‘대화형 커머스’

챗봇(Chatbot)은 ‘대화형 로봇’이라는 뜻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챗봇을 ‘사람과의 문자 대화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답이나 각종 연관 정보를 제공하는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주는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

챗봇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곳은 유통업계다. 방대한 양의 상품 정보를 고객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업계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식품업계들도 챗봇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SK플래닛이 지난 3월 론칭한 AI 챗봇인 ‘바로’를 활용해 지난 14일 제품 추천을 받아봤다. 앱에 접속해 ‘11 Talk’ 카테고리를 눌러 챗봇과의 상담 시작 버튼을 눌렀더니 ‘바로’가 ‘안녕하세요 바로예요. 찾으시는 제품을 선택해주세요’라는 대화 메시지를 건넸다. 디지털 제품 중 ‘건조기’를 눌렀더니 내 입력 대화창이 ‘건조기를 찾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로 바뀌면서 바로에게 답장이 입력됐다.

이후 바로는 어떤 건조기를 구매해야할지 모르는 고객을 위해 직접 제품을 추천하는 ‘바로야 찾아줘’와 ‘베스트 상품’ ‘모델별 최저가 찾기’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바로야 찾아줘’를 누르니 건조기 가동 방식에 따른 제품 설명이 이어졌다. 전기식 건조기와 가스식 건조기의 장단점을 각각 비교해 대화체로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선호하는 형태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면 쇼핑이 완료된다. 24시간 ‘바로’를 통해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고 답변이 부족하면 전문 상담원인 ‘톡매니저’를 초대해 영업시간 내 답변 받을 수도 있다.

롯데닷컴은 지난 14일 상품을 대신 골라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사만다’를 선보였다. 화장품과 패션, 가전, 반려동물 등 70여개 카테고리 내 200만개 상품을 대상으로 고객에게 추천을 해주고 고객의 성별과 연령 등을 분석해 결과를 제시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서 백화점 업계 최초로 로봇 쇼핑도우미 ‘엘봇’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유명 식음료(F&B) 매장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안내하는 서비스를 담당하는데 향후에는 고객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AI 기반 대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클라우드 기반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도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통업계가 챗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실제 구매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객 상담 서비스도…적용 분야 확대

풀무원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카카오톡 기반의 ‘챗봇’ 모바일 고객센터를 오픈했다. 기존 고객센터는 영업시간을 정해놓고 상담원을 통한 업무를 제공했지만 챗봇을 도입하면서 24시간 고객 상담이 가능해졌다. 단순히 고객 질문에 답하는 것뿐 아니라 주문을 변경하는 등 복잡한 고객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동원F&B 역시 지난 5월부터 동원몰에서 식품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푸디’를 적용했다. 결제와 배송, 교환 등 각종 주문 관련 사항뿐 아니라 적립금과 쿠폰 등 회원 서비스까지도 문의할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창업 상담 서비스에 챗봇을 도입한 사례다. 지난 3월 ‘창업 상담봇’을 도입했는데 창업 상담 관련 데이터 기반으로 마치 상담원과 대화하듯 창업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가나요’라고 질문하면 기존 질문에 대한 답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유사한 내용을 스스로 찾아내 답을 준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해 ‘컬러피킹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직접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보지 않아도 드라마나 연예인들 화보에서 봤던 립 컬러 사진을 전송하면 가장 유사한 에뛰드하우스 제품의 색상을 제안 받을 수 있고 구매도 할 수 있다.

까다로운 문의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요구되는 보험사에서도 챗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AIA생명 한국지점은 ‘AIA ON(온)’이라는 인공지능 콜센터 도입을 목표로 지난달 SK㈜ C&C와 업무 위탁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고객 상담을 수행하는 챗봇과 전화로 응대하는 ‘로보텔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4시간 365일 고객이 자주 문의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챗봇이 제공하고, 로보텔러는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완전 판매를 하는 모니터링 업무도 수행하게 된다. AI 학습이 고도화되면 고객 문의 내용에 대해 로보텔러가 직접 상담사처럼 응대하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챗봇이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한 상황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취향과 연령, 과거 구매 이력, 지불 정보 등 맞춤형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다보니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어 보안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전략연구소는 ‘챗봇 서비스 향후 전망과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챗봇은 새로운 대화의 상대이며 이용자의 내밀한 일상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윤리 적용의 대상이 된다”며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