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 금융정책, 서민층 지원 드라이브… 비전은 안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후 펼쳐온 금융정책은 서민·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갚을 의무가 없어진 채권(소멸시효 완성채권) 26조원을 탕감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처럼 새 정부만의 비전이 담긴 구체적인 금융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정책 수단으로 쓴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공약이었던 빚 탕감, 대부업계 최고금리 인하 등을 추진해 왔다. 금융 당국은 대부업계 금리를 내년에 24%로 내린 뒤 추가로 인하할 계획이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도 이달에 속전속결로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서민 지원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14일 “빚 탕감 정책은 비용과 효과를 따져보면 긍정적”이라며 “세계적 저금리 기조에 대부업체만 고금리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빚 의존 사회가 됐기 때문에 빚을 줄인다는 면에서는 방향이 잘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 산업 및 시장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구체적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최근 정책들은 대증요법 위주였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공약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문제는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지 모르는데 준비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새 정부가 노동, 임금 등 실물 부문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금융정책은 별로 나온 게 없다”고 했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한 고강도 대출 규제를 펼치고 있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했다는 의견과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해 사용해야 할 대출 규제를 섣불리 부동산 정책에 썼다는 견해가 엇갈렸다. 하준경 교수는 “규제를 일부 지역 주택에만 적용해 풍선효과로 돈이 토지로 흘러갈 수도 있다”며 “유동성이 생산적 자본 축적에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창균 교수는 “시장의 과열 여부에 따라 금융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덫에 빠질 수 있다”며 “대출 규제를 해도 대원칙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과 별개로 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가계부채 해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김현의 교수는 “은행권이 쉽게 돈을 벌려고 가계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로 왔다”며 “금융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은 763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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