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평화의 소녀상’ 6년만에 전국 80개… 그 상처, 언제나 아물까

2011년부터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는 첫 번째 소녀상. 오른쪽은 광복 72주년을 맞아 올해 서울 금천구에 새롭게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전국 곳곳엔 80명의 기억 지킴이가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평화의 소녀’들은 시민 곁에 머물며 위안부 소녀들의 아픔을 일깨운다.

두 주먹을 꼭 쥔 채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맏언니는 2011년 12월 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탄생했다. 3년 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나타난 두 번째 소녀는 나비 날개를 달고 양 팔을 쭉 뻗고 서 있다. 중국인 친구와 나란히 앉아 있는 소녀, 한 손에 나비를 살포시 얹은 소녀도 있다.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에 11개 소녀상이 새로 생겼다. 소녀상을 만들고 지키고 응원한 이들 덕에 6년 만에 소녀상은 80개까지 늘었다.

맏언니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씨 부부는 지금처럼 소녀상이 늘어난 게 신기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동안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생각에서다. 김운성씨는 “최근 소녀상들이 초기의 원형 이미지에서 탈피해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갖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세워진 서울 금천구 소녀상은 왼손에 번데기를 들고 오른손엔 나비를 날리고 있다. 번데기는 상처받은 과거를, 나비는 희망찬 미래를 뜻한다. 최근 소녀상은 당당하고 희망찬 모습을 강조하는 형상으로 제작되는 추세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소녀상을 마주치며 과거 문제를 되새긴다.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151번 버스에 동승한 정희순(59·여)씨는 “버스에 타 소녀상을 봤을 때는 놀랐는데 아픈 역사를 알리려는 취지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심수영(18)양은 “광복절을 맞아 도봉구에 소녀상이 만들어져 더 뜻 깊다”며 “다른 구에도 소녀상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소녀상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져 의미가 더 깊다. 각 지역 소녀상건립추진위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설립 비용을 마련했다. 금천구 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도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총 6000만원을 모았다. 거리모금, 관내 초중고 학생들의 저금통 모금이 큰 힘이 됐다.

소녀상이 많아질수록 소녀상이 갖는 상징성은 보편화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녀상은 우리 민족의 아픈 집단기억을 되살리고,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 미니 소녀상을 각자 방에 놓거나 관련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게 유행”이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참여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소녀상 늘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어떻게 위안부 문제를 기억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으라고 당부한다. 지난 6월 광주의 모든 자치구에 소녀상을 건립하는 움직임을 지켜본 ‘광주 나비’는 “세계 위안부의 날과 광복절의 상징성을 모르지는 않지만 졸속으로 진행되거나 구청 간 경쟁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며 “소녀상을 세우는 과정은 올바른 한·일 관계 정립과 바른 역사 인식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손재호 기자 jshi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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