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 안보 “더 단호히” 협치 “물밑접촉 늘려야”… 전문가 조언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적폐 청산’을 기치로, 국정원 및 검찰·재벌·부동산 개혁 등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와 인사문제, 여야 협치에 있어서는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과 야당과의 소통 강화, 인사 시스템의 전면적 점검 등을 조언했다.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개혁과 대기업 갑질 관행 근절,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방안, 공공의료·공무원 정원 확대정책 등을 ‘속전속결’로 쏟아냈다.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각 70%와 50% 선을 굳건히 방어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정부·여당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정책 이외의 국정 운영에서는 논란과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및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으로 대표되는 인사 논란은 문재인정부 초반 국정운영에 계속 흠집을 내는 요인이 됐다.

민주당 출신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14일 인사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개혁의지가 확실한 사람을 쓰겠다는 취지의 인사를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처음엔 인사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좋았지만, 근래 잡음이 있었던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국민 어느 층에서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면 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전반적으로 탕평인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인사에 대한 전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전 본부장 사퇴와 관련해 “국민 마음에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인사 담당자에 대해서는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문 대통령이 이제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기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제는 청와대 스스로 ‘인연 인사’ 논란을 끊어낼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 간 ‘말 폭탄’이 오가는 등 최근 고조된 안보 위기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지금은 대화나 유화정책으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최대 안보위기를 맞은 정부의 자세가 다소 안이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안보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근거로, 경각심을 조금 더 갖고 엄중 대처하는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미국과 북한이 종국에는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까지는 우리 정부도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현재는 대화보다는 압박에 더 많은 강조를 둬야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이라며 “대통령이 휴가를 중단하지 않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도 좋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압박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의 첫 정기국회를 앞 둔 문재인정부는 대국회 관계에서도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여야가 대선에서 내세웠던 공통공약부터 입법화하면서 협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문재인표 개혁 입법’은 여야 간 이견이 많은데다, 아직 여야 간 공조 모델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협력을 위한 연습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도 “진짜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사전에 야당과 물밑 접촉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사전에 야당과 논의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조언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아직까지 야당이 자신의 ‘니즈’(needs·필요)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부터 야당의 니즈를 보다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최승욱 정건희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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