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성장’ 올인… 문제는 돈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동안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은 숨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경제팀이 쏟아낸 정책들은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분수효과’를 노린 것이다. 다만 복지예산 확대 등에 따른 재원 조달 방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그간 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낙수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정부 차원의 반성이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책에서 소외돼 있던 가계를 성장 주체로 끌어올렸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직접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 제도 강화, 0∼5세 아동수당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 5월 발표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지난 2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도 담겼다. 추경안은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골자였다. 11조2000억원을 들여 일자리 11만개를 창출해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세제개편안 역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임금을 올린 중소기업에 각종 세제 지원을 몰아주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정부가 일자리와 서민·중산층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돈 쓸 곳이 많아졌다.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을 5년간 178조원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증세 없이 178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낙관론은 반박에 부닥쳤고,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부자증세’안이 정부 세제개편안 작업 막판에 포함됐다.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던 김 부총리는 매끄럽지 못했던 증세 논의 과정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주요 경제정책 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증세로 연간 확보되는 예산은 약 6조원으로 추산된다. 증세 대상이 한정적이었던 만큼 확보 가능한 세수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수야당이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국회 통과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14일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세원을 발굴하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정부의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에서 답을 찾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은 가차 없이 깎거나 없애겠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약 11조원에 달하는 재량지출 삭감을 당부했다. 재량지출 10% 감축을 달성하지 못한 부처에는 ‘벌칙’을 주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도 지출 구조조정은 ‘단골’ 재원 조달 방안이었지만 제대로 성과를 낸 적이 없어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