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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뇌염모기 공습 ‘공포’ 더 빨라졌다… 온난화시대 예방법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A씨(51)는 지난해 8월 실내에서 주로 생활했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모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가려움도 느낀 적이 없었다. 하루는 갑자기 고열이 발생하더니 이튿날에는 경련까지 일었다. 급히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의식이 혼미해져 중환자실로 옮겼다. 고열이 난 지 이틀째 뇌척수액 검사를 한 결과 일본뇌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흘째 심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해야만 했다. A씨는 결국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 중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에 물릴 경우 감염되는 병이다. 이 모기에 물려도 90% 이상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계 이상 등 증상이 나타나면 사망률이 20∼30%로 높다. 회복된다 해도 30∼50%는 반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앓는다.

작은빨간집모기 발생은 8∼9월 집중

8월은 일본뇌염을 옮길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장마가 끝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이 무렵이 작은빨간집모기 개체수가 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매년 4∼10월 전국에서 작은빨간집모기를 채집한다. 가장 많이 잡히는 달은 8월이다. 최근 5년간 월별 작은빨간집모기 발생 현황을 평균 내 보면 6월(18마리)까지는 낮은 수준이지만 7월(524마리) 급증한 뒤 8월(762마리) 정점을 찍는다. 이후 9월(559마리) 10월(21마리) 등으로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든다. 환자는 지난 5년간 10월(45명)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년 만에 가장 이른 경보

지난 6월 29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됐다. 1997년 이후 가장 일렀다. 지난해(7월 11일)와 비교해도 2주 정도 이르다. 질병관리본부는 주 2회 채집된 모기의 일일 평균 개체수 중 작은빨간집모기가 500마리 이상이면서 전체 모기 밀도의 50% 이상일 때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처음 발견되면 내려지는 주의보는 지난 4월 4일 발령됐다. 제주에서 올해 처음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면서다. 6월 9일에는 경남 진주, 7월에는 경북 경산과 인천, 경기도 평택 등 전국 곳곳에서 작은빨간집모기가 채집됐다.

이른 경보는 지구온난화 영향

20년 만에 가장 일찍 일본뇌염 경보가 내려진 이유는 뭘까.

질본은 가뭄으로 인해 국내 전체 모기 중 가장 많이 채집되는 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 매개모기)가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논에 알을 낳는 얼룩날개모기는 올해 가뭄으로 인해 개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비율이 높아져 ‘전체 모기 밀도의 50% 이상’이라는 경보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도 무관하지 않다. 모기는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모기 알에서 성충까지 성장하는 기간이 짧아져 더 빨리 증식한다. 기후변화가 개체수의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단,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모기가 살기 힘들어진다. 하루 평균 기온이 25도일 때까지는 모기가 증가하지만 26도 이상이면 감소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는 늦게 시작된 장마가 이달 초순에야 끝났기 때문에 모기 개체수가 이달 후반에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질본 관계자는 “개체수가 늘거나 일본뇌염 주의보가 예외적으로 일찍 발령됐다고 해서 환자도 많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보통 일본뇌염 환자들은 8월부터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해 9, 10월에 가장 많고 11월까지 이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백신은 어떻게 맞아야 할까

일본뇌염은 치료제가 없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예방접종 대상이 되는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까지의 아동은 표준일정에 맞춰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간혹 횟수를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늦더라도 반드시 정해진 횟수를 지켜야 한다.

일본뇌염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 두 가지로 나뉜다. 사백신은 5회 접종을 받아야 하고 생백신은 2회만 맞으면 된다. 백신 종류는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 생백신과 사백신을 번갈아 맞는 것은 과학적으로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질본이 권장하지 않는다. 만약 서로 다른 백신을 맞았다면 하나를 선택해 재접종해야 한다.

40, 50대 취약군은 예방접종해야

최근 5년간 발생한 일본뇌염 환자의 평균 연령은 54.6세다. 특히 1971년 이전 출생자는 일본뇌염 절대 취약군이다. 국내에 아동용 일본뇌염 백신이 도입된 해가 1971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백신을 맞지 못했다.

질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일본뇌염 환자의 89%가 만 45세 이상이었다. 최근 5년을 분석해도 2012년 전체 발병 환자의 85%, 2013년 100%, 2014년 88%, 2015년 95%가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일본뇌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평균 연령도 52.1세였다.

일본뇌염의 감염 위험은 아시아 전역에 존재한다. 홍콩 대만 필리핀 중국 인도 캄보디아 등이 주 발병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을 여행하려는 1971년 이전 출생자라면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하다.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도 일본뇌염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추세다.

SK케미칼이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판매하는 성인용 일본뇌염 백신 ‘이모젭’은 출시 첫해인 2015년 1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를 판매했으나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7만7000도즈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판매량이 이미 7만 도즈를 넘어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13만명 이상의 성인이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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