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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일하는 게 행복해… 온전히 ‘나’인 순간” [인터뷰]

‘장산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염정아. 그는 “다들 오해하시는데, 외모만 그렇지 그렇게 저는 별로 예민한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좀 둔한 편”이라며 웃었다. NEW 제공




배우 염정아(45)의 연기 열정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담뿍 녹아있다. 1991년 데뷔 이래 출연한 작품 수십여편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유독 돋보이는 작품은 ‘장화 홍련’(2003).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강렬함은 그에게 ‘스릴러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달아줬다.

“여기저기서 ‘스릴러 여왕의 귀환’이라니까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근데 며칠 되니 자연스럽게 적응되더라고요. 좋죠, 뭐(웃음). 스릴러는 참 매력적인 장르예요. 보면서 지루할 틈이 없잖아요. 2시간 내내 관객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재미있는 작업이죠.”

무려 14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작품 속에서 주로 센 캐릭터를 연기해 온 그이지만 진정한 스릴러는 ‘장화 홍련’ 이후 처음이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장산범’(감독 허정)에서 아들이 실종된 뒤 정체불명의 소녀(신린아)를 만나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게 되는 희연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촬영할 때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는데 (개봉할 때가 되니) ‘장화 홍련’ 얘기를 많이들 해주시더라”며 “작품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인물의 심리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어 아이를 잡아가는 설화 속 괴물을 소재로 한 ‘장산범’은 청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공포를 극대화한다. 단순히 무섭고 자극적이기만 한 호러물은 아니다. ‘모성애’라는 정서를 토대로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염정아가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 역시 그 지점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내가 해야겠다’ 싶어 뛰어들었지만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현장에 가면 항상 마음이 힘들었어요. 아이 잃은 부모의 마음을 계속 갖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후반부 액션신은 체력적으로 부치더라고요. 더구나 동굴 세트 안 공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동굴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 먼지를 만들어 뿌렸는데, 나중엔 목이 너무 아파 촬영을 못할 정도였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그런 고생스러움마저 잊게 했다. 염정아는 “저도 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재미있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택시운전사’ ‘청년경찰’ ‘군함도’ 등 쟁쟁한 경쟁작들이 포진한 여름 극장가 대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하고 가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결혼 전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염정아는 “외모 때문에 과거엔 역할이 한정적이었다”고 고백했다.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캐릭터도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훨씬 다양해진 편이죠. 작품 편수는 많이 줄었지만요. 1년에 한 작품도 안 할 때가 있다니까요.”

열 살 난 딸과 아홉 살 난 아들, 두 아이의 엄마인 염정아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2006년 결혼 이후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렇게 밖에 나와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온전한 ‘나’를 찾은 느낌이랄까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한 작품 한 작품이 귀하게 느껴져요.”

일에 대한 의욕은 다시 꿈틀대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여배우 중심의 작품을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여성 캐릭터가 정말 없어요.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죠. 남자배우들은 차기작이 두세 개씩 되는데, 정말 부러워요. 여배우들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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