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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크레취만 “송강호와의 호흡, 행운이었다” [인터뷰]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은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그는 “내가 작품 선택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인지 아닌지를 직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쇼박스 제공




1980년 5월 광주, 그날의 참담한 진실은 한 언론인의 목숨을 건 취재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사복’이란 이름의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광주에 잠입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는 삼엄한 통제를 뚫고 5·18 민주화운동의 민낯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의 실화가 스크린 위로 옮겨졌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서다. 힌츠페터 역을 캐스팅하기 위해 해외 에이전시를 수소문했는데, 한 배우가 흔쾌히 섭외 요청에 응했다. 독일 출신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55)이었다.

영화 ‘피아니스트’(2003) ‘작전명 발키리’(2009)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크레취만은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껴 ‘택시운전사’ 출연을 결심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와 준 장훈 감독의 정성에 감동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만난 크레취만은 “솔직히 ‘택시운전사’를 찍기 전에는 5·18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반드시 해외에도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5·18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먼저였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는 “당시 정부가 언론을 통제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성공한 것 같다. 외국인이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정말 없더라”고 토로했다. 아쉬운 대로 5·18 관련 다큐멘터리를 섭렵했다.

스무 살 때 동독에서 탈출해 4개의 국경을 넘어 서독으로 이주한 크레취만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한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며 시민을 억압하는 방식이 놀랍도록 비슷하더라. 역사 안에서 이런 유사한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게 삶의 목표라는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저는 해외에서 ‘외국인 전문 배우’로 통해요. 그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일해 봤고, 어디서든 쉽게 적응하는 편이라 자부해 왔죠. 그런데 한국에서의 작업은 꽤나 어려움이 많았어요.”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한국말은 문장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조차 전혀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무더위와 장마를 오가는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도 문제였다. “스케줄이 계속 바뀌었어요. 전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죠.”

크레취만은 “그럼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며 “모두가 손잡고 여정을 함께했기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상대역 송강호(김만섭 역)에 대해선 “판타스틱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와 호흡을 맞춘 것이 행운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강호와 연기할 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어요. 보디랭귀지로 다 통했거든요(웃음). 서로 손짓 발짓 해가며 주거니 받거니 연기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균형을 맞추면서 빠르게 감정을 변화시키는 그의 연기력은 참 놀랍더군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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