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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류승완 “친일 역사 마주할 용기 필요해” [인터뷰]

지난달 26일 개봉해 폭발적인 관객몰이를 한 ‘군함도’(누적 관객 수 584만명·영화진흥위원회 6일 발표)는 지난 2일 ‘택시운전사’ 개봉 이후 흥행세가 주춤해졌다. ‘군함도’ 이후 ‘베를린2’ ‘베테랑2’ 준비에 들어가는 류승완 감독은 차기작 관련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그는 “굳이 어떤 걸 계획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가고 싶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5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보셨으니 이미 세상에는 500만 가지 이상의 ‘군함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삶의 태도와 관점이 다르니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왜곡’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조금은 쉰 목소리였다. 애써 미소 짓는 얼굴에선 지친 기색도 엿보였다.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일주일째 해명 아닌 해명을 계속해 온 상황.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44) 감독은 그러나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었다.

류 감독은 “인터넷의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면 실 관람객 출구 반응과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나까지 휩쓸려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블랙리스트까지 올랐던 사람인데 이제는 뉴라이트라고 하더라.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대규모 예산(220억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다룬 ‘군함도’는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개봉 직후 여러 논란이 따라붙었다. 사상 처음 2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장악해 독과점 비판에 직면했고, 일제 폭압보다 조선인의 친일 문제를 강조한 내용 때문에 역사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류 감독은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극 중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은 모두 고증을 받아 당시 있었을 법한 상황을 설정했다. 후반부 대규모 탈출은 창작된 내용이지만, 실제로도 40명 단위의 소규모 탈출 시도는 있었다. 군함도 내에 친일 부역자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반전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영화 공개 전에는 친일파 관련 내용을 철저히 숨겼으나 이 영화의 방점은 사실상 ‘친일 청산’에 찍혀있다. 류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이분법적으로 그리는 건 너무 쉽고 뻔하고 자극적인 방식이다. 친일에 대한 언급 없이 이 시기를 다루는 건 비겁한 반쪽짜리 접근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친일에 관한 얘기가 불편하더라도 끊임없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서도 아픈 사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류 감독은 “난 단 한 번도 독과점을 지지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이 민망하고 송구할 따름”이라면서 “정작 책임이 있는 극장사·배급사 측은 ‘우리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고 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토로했다.

“좋은 영화 만들어 놓고도 극장에 걸지 못하는 동료 감독들이 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번을 끝으로 확실한 스크린 제한 법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창작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영화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인가. 이 광기는 진짜 끝나야죠.”

글=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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