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람을 사랑하듯] 무턱대고 데려오면 쉽게 포기… 키우는 교육 받아야



<글 싣는 순서> ① 버려지는 강아지 ② 이래서 버렸다 ③ 입양, 준비는 됐나요 ④ 이런 정책을 바란다

“반려동물은 필요하면 키우고 아니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평생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을 교감하는 가족 같은 존재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이 말했다. 귀여워서 무턱대고 강아지를 키우려 덤벼드는 이들을 향한 메시지다. 지난해 버려졌다가 구조된 유기견은 6만3602마리였다. 구조되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한 해 버려지는 강아지가 1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추정한다. 준비 없이 데려와 키우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그냥 내다버리는 식이란 것이다.

김 팀장은 “충동적으로 반려견을 키울 경우 유기로 이어지기 쉽고, 반려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펼쳐질 나와 반려동물의 모습을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에 입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양하려면 공부부터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키우려면 먼저 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부모 교육을 받아야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반려동물 교육전문가 이기우(알렉스)씨는 “반려견을 데려오는 건 아이가 생기는 것과 같은데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패닉이 오니 그냥 포기하고 버리는 것”이라며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선 (견주) 교육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인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입양 전에)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면 자신이 정말 동물을 키울 준비가 돼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유기동물을 줄이고 입양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견주뿐 아니라 반려견 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주인에게 버려졌던 상처가 있는 개들은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권혁필 반려동물문화교실 대표는 “입양된 유기견들이 적응하지 못해 다시 파양되는 경우가 30% 정도 된다”며 “독일에선 동물보호소에 훈련사가 상주하며 유기견을 사회화시키도록 의무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견주들이) 공부부터 한 뒤 반려동물을 키워야 하는데 국내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동물 습성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정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울 준비 됐는지 검증해야

전문가들은 분양이나 입양을 하려는 견주들이 키울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이 무턱대고 강아지를 들였다가 키워본 뒤 버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윤 국장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경우 입양자에 대한 검증을 담당자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입양되면 다시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입양 절차가 허술하고 기록관리가 전혀 안 되는 곳도 있다”면서 “이 경우 (유기견이) 판매업자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기견 입양은 대부분 최소한 검증 절차라도 거치지만 민간 판매업체에 돈을 주고 분양받을 때는 이런 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기우씨는 “강아지 공장은 강아지를 제품처럼 찍어낸 뒤 그걸 팔려고만 하기 때문에 분양자를 검증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제동장치를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강아지를 키우려면 강아지와 함께 있어 줄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아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쉽게 불안감을 느낀다.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32)씨는 “홈리스의 강아지가 억만장자의 강아지보다 행복하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며 “하루 10시간 넘게 빈집에서 혼자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라. 사람만 외로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우씨는 “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주인이 같이 있어주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주인과 강아지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반려견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그럴 때까지 기다려주는 견주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주인이 없을 때 너무 동요하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산업 팽창, 문화는 글쎄…

반려동물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문화는 한참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견주들은 강아지를 두려워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 교수는 “반려동물 관련 분야는 양적 팽창만 크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인식을 갖추는 등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우씨는 “반려견 시장이 커지니 개를 모르면서 반려견 사업을 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시장이 성장하는 것만큼 문화도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최경원 인턴기자, 이용상 기자,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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