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신분 유지·상승의 사다리



며칠 후 우리 집 청소년이 고입검정고시를 본다. 현재 우리 아이가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배워야 할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할 방법은 국가에서 치르는 검정고시 밖에 없다. 아이는 쉬운 문제라도 그 문제의 예문 하나까지 완벽하게 알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선 나와 오랜 시간 토론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에 이런 시간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면 선택의 여지없이 학교를 다니고 입시를 치러 대학을 나온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빠져나와, 아이와 함께 맨몸으로 이 사회의 입시제도에 부딪히려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학창시절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하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랐다. 우리 부모님도 학력이 짧아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밑바닥 고생부터 한 분들이지만, 부모님은 우리에게 공부하란 잔소리를 할 시간조차 없으셨다. 사남매 먹여 살리고 잠 잘 곳 마련하고, 학교에 가지고 갈 도시락만 싸기에도 벅찬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빠는 힘겹게 삼수를 하고, 나는 여상을 졸업 후 사회생활하며 재수를 해서 4년제 대학을 들어갔고, 동생 둘은 2년제 대학을 다니다 4년제로 편입하여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젠 우리 남매들처럼, 학생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 대학을 마치기엔 너무나 요원한 사회가 되어있다. 지금 고3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에게 입시전형은 논문을 써도 될 만큼 복잡해져 있다.

최근 이런 무한 입시경쟁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한다고, 명문대 입시에 유리해진 특목고나 외고를 없애고 수능과 내신의 평가방법을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과연 옳은 처방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 꿀 권리를 빼앗고, 놀 시간을 빼앗고, 학력만이 신분유지 혹은 상승의 사다리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입시평가 방법만 바뀐들 뭐가 그리 크게 달라질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유형진(시인),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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