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구두’ 성수동 장인들 “한국 수제화, 옛 명성 찾기를”

전태수 수제화 장인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유홍식 명장(왼쪽부터)이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구청장이 들고 있는 버선코 구두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양국 대통령 부부의 만찬 때 신었던 것과 같은 제품이다. 성동구 제공


“선거 때 많이 돌아다녀서 발밑에 ‘꾸덕살’이 배겼으니 좀 편하게 만들어 주세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구두를 만드는 전태수(63)씨는 지난 5월 24일 특별한 주문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구두를 주문한 것이었다. 전씨가 만든 25만원짜리 구두를 신고 김 여사는 미국 순방에 올랐다. 화제가 된 ‘버선코 구두’였다. 김 여사의 버선코 구두를 제작한 전씨는 “원래 이런 것을 하면 금일봉을 주고 그러는데 이번엔 그런 것은 없었다. 속으로 조금 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보다 앞선 5월 17일 드림제화 유홍식(69)씨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유씨는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의 발 치수를 직접 재고 구두 6켤레를 납품했다. 일반 고객이었다면 60만∼70만원에 판매될 제품이지만 켤레당 30만원을 받았다. 2013년 ‘수제화 명장’ 1호로 선정된 유씨는 5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들어 왔다. 김 여사가 입을 한복에 어울리는 구두를 만들 사람으로 전씨를 추천한 것도 그였다.

27일 오후 서울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에서 두 수제화 장인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만났다. 성동경제혁신센터는 수제화산업 부흥을 책임지는 곳이다. 1층 ‘수다카페’에는 장인의 이름이 적힌 수제화가 전시돼 있다.

정 구청장은 “성수동 수제화가 장인들과 행정기관의 노력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통령 내외분께서 그걸 공인시켜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전씨는 “김 여사께서 ‘우리나라 구두계에는 지미 추처럼 유명한 사람이 없는 게 아쉽다’고 하셨다”면서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열심히 해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쇠퇴를 거듭하던 수제화산업은 2013년 서울시와 성동구가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조성하고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에서 공방 교육을 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가수 싸이 등도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에게서 구두를 맞췄다. 40만∼100만원이면 이런 고급 수제화를 신을 수 있다.

성동구는 앞으로 성수동의 여러 수제화 단체를 하나로 모아 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단체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면 지원하기가 쉽다”면서 “협회와 성동구가 인증하면 수제화거리에서 산 것은 다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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