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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원망하고 비판하는 삶은 비극이 됩니다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 사제가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관내에 있는 성가수녀원에서 수도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사제가 됐다고 해서 수도생활이 정지된 게 아닙니다. 예전과 똑같이 수도원 생활을 하며 상담과 돌봄의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역의 폭이 좀 더 넓어졌어요. 예전엔 수녀원에 신부님이 못 오시면 감사 성찬례(예배)를 드릴 수 없었는데 지금은 성가수녀원 감사 성찬례를 집례할 수 있지요. 현재 성공회엔 200여명의 사제가 있고 이 중 여성 사제가 20여명 있습니다.”

최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관내에 있는 성가(聖架)수녀원에서 만난 그는 서품을 받은 후 처음으로 감사 성찬례 집례를 했을 때의 감동을 기억했다. “성찬례를 하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고전 11:24)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수도생활은 기도와 노동 그리고 공부가 이어진다. 하루 한 번의 미사와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끝기도가 있다. 그는 기도를 통해 삶의 힘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숨 쉬는 동안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해요. 비판하고 원망하면 삶이 비극이 되므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는 6·25전쟁 때 상상할 수 없는 시련을 만났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부모님이 인민군에게 총살을 당했다. 그가 10살, 여동생이 8살이었다. 눈이 짓무르도록 새벽부터 밤까지 울어도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동생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영국성공회 수녀들이 세운 수원의 성(聖)베드로 보육원이 자매의 보금자리가 됐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보육원에 머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됐다. “마리아, 엘리자베스, 이브 보모님은 저의 영혼을 키워주었지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서와 기도를 우리에게 먹여주셨어요. 영혼이 풍요로워지니까 다른 문제들은 해결됐던 것 같아요.”

그는 아침저녁으로 말씀을 묵상하면서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니. 내 제자가 되려면 네 가진 것을 다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준 후 나를 따르렴”이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결혼하지 않고 고아들을 돌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성공회 성가수녀회에 입회했다. 이후 영국 버밍엄 샐리오크 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성공회대 영문학과 교수, 성공회 성가수녀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군대처럼 수녀원에도 ‘주특기’ 같은 것이 있다. 그의 주특기는 영어 문서를 작성하거나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는 일. 그가 입회했을 때만 해도 4세기 때 수도회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원서를 보면서 수도회 발전사를 정리하고 그에 관한 논문 쓰는 일을 했다.

92년 영국성공회에서 여성사제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자 그는 대한성공회에서 여성사제추진위원회에 추대돼 활동했다. 당시 사제가 될 것을 권유받았으나 여성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신도가 많았기에 결정을 미뤄왔다.

“예순다섯이면 신부님들 대부분이 은퇴하시거든요. 그래서 원장 수녀님께서 저에게 사제되기를 제안하셨을 때 ‘젊은 수녀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원장님께서는 ‘젊은 사람들이 뒤를 따를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달라’고 대답하셨고요.”

그는 교회 내 양성평등지수가 낮아 안타깝다고 했다. “여성은 목사나 신부, 주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실 때 남녀를 구별은 하셨지만 차별은 안 하셨어요. 인간이 편리에 따라 제도를 만들어 놓고 차별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는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 고치는 데 앞장섰다. 그는 턱받이처럼 머리와 얼굴 주위를 감싸는 윔플을 수녀복에서 없앴고, 검거나 회색이 아닌 푸른색 수녀복을 도입했다. “예수님이 수도자에게 꼭 그 복장을 갖추라고 말씀하지 않았어요. 시대에 맞게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설득에 모두 마음을 모아주셨어요.”

그의 카톡 친구는 1000명이 넘는다. 그는 수시로 부부 자녀교육 성격 문제 등으로 상담해오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나 영상 등을 보내주며 격려한다.

“사실 나만 어려움을 겪는 것 같지만 어디든 문제는 있습니다.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으면 하나님이 주신 영적인 무기, 기도를 하면서 하나씩 해결해 보라고 말해줍니다.”

또 크리스천이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이라며 모든 문제를 바라볼 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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