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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심리학’ 강현숙 “감정 억누르면 화병… 화병 방치하면 치매”

노년기를 위한 심리학을 강의하는 강현숙씨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서영희 기자




“50세 이상을 위한 심리학은 따로 있어요.”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궁리·표지)의 저자 강현숙(53)씨가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 도중 웃으며 한 얘기다. 노년에게 주어진 심리적 발달과업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남은 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강씨가 낸 책은 바로 이런 노년기를 위한 책이다.

강씨가 서울 시립동작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강의하는 ‘생활 속 심리학’ 강좌를 요약했다. 22주 분량으로 진행되는 이 강의는 복지관의 65개 강좌 중 가장 빨리 마감된다. 65세부터 90세까지 어르신 30명이 강의를 듣는다. 심리학을 통해 자기 자신, 자신과 관계,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그는 “시집살이를 많이 한 분들은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으면 시누이도 미워진다”면서 “이런 게 자연스러운 ‘감정전이’라는 것을 설명하면 어르신들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진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돌아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묵은 감정을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감정을 억압하면 화병(火病)이 오고 화병을 방치하면 치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누군가를 오래 미워했거나 억누른 감정이 있다면 그걸 풀어야 해요.”

책에는 어린 자녀를 시댁에 두고 재혼했던 여성이 노년기에 들어 간식을 옷장에 숨기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녀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려왔던 것이다.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은 여성이 나이 들어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남성을 애지중지 돌보는 얘기도 있다. 이성에게 표현하지 못한 애정을 뒤늦게 표현한 경우다. 모두 감정 억압의 결과다. 나이가 들면 잔소리가 많아지는 이유도 묵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년층은 감정 등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은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한 것이나 규모 있는 사업체를 꾸려 경영자가 됐다는 것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식이 떠나고 은퇴하면 자기 삶이 무의미하고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깨닫도록 강의합니다.”

저자의 밝은 모습에 노인들의 마음도 덩달아 따듯해질 것 같다. 연세대에서 상담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과 복지관에서 노인상담을 해온 그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찰하길 바란다. 특히 노년기를 앞둔 사람들이 미리 읽으면 여행정보처럼 노년 여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피력했다.

경어체로 쓰인 책은 혼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출판사 궁리는 이 책을 비롯해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쫌 앞서가는 가족’ 등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다. 궁리 관계자는 “긴 인생의 후반을 위한 실용적 지식을 담은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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