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국민이 레밍(설치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언 파문…‘의회’ 무용론 불 댕기는 지방의원들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외유성 유럽 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은 충북도의회 의원 4명 중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박봉순 의원이 20일 오후 조기 귀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비난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왼쪽 작은 사진은 ‘레밍’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당 김학철 의원. 인천=윤성호 기자,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정부가 19일 4대 복합·혁신과제 중 하나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제시하는 등 지방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 시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의 불씨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일 각 광역·기초의회에 따르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의원들의 자질 부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민의를 대변하기는커녕 혈세를 축내거나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례가 여전하다.

물난리를 팽개치고 유럽까지 날아간 충북도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해외연수단은 지난 18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관광성 외유에 나섰다가 거센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귀국길에 올랐다. 도의원 4명 중 2명이 20일 오후 조기 귀국한 데 이어 나머지 도의원 2명 등은 22일쯤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더구나 연수단장을 맡은 자유한국당 김학철 의원은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해 자질 논란을 부채질했다. 레밍(lemming)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다. 한국당은 당무감사위원회를 열어 물의를 빚은 당 소속 3명의 도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상식을 벗어난 ‘갑질’도 여전하다. 광주 광산구의회의 의전담당 공무직 여직원은 최근 모 구의원에게 3년간 상습적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진정서를 구의회에 제출하고 병가를 냈다. 해당 구의원은 여직원이 상급자 지시로 외근을 다녀오거나 오후 6시 퇴근시간을 넘겨 근무해도 자신보다 먼저 퇴근하면 반말로 윽박질렀다고 한다. “공무직이 의전 담당 업무를 할 자격이 있느냐”라거나 “저X이 내 찻잔에 이물질을 넣었다”는 식의 인격 침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직원은 지난달 28일 가해 구의원과 1시간여 면담을 마친 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광주 남구의회에서는 이모 의원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남구 공무원노조가 자신을 비판하며 세워둔 팻말 2장을 흉기로 훼손해 주위를 공포에 떨게 했다.이 의원은 지난 12일 사퇴했고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의 자질문제가 끊이지 않아 허탈하다”며 “시민들을 우롱하는 지방의원의 추태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청주=장선욱 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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