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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디 “검은색 뒤덮인 이란 ‘표현의 자유’… 끝까지 싸울 것”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세미나가 끝난 뒤 후속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란은 표현의 자유가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독재정권과 맞서 싸울 겁니다.”

이란의 첫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시린 에바디(70)의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그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와 국경없는기자회가 공동 주최한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와 따로 만났다. 코발트색 정장을 입은 에바디의 키는 150㎝에 불과하지만 그는 ‘이란 여성들의 비공식 대변인’ ‘이란의 강철 여인’ 등으로 불린다.

에바디는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중국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에 대해 “우리 모두가 류샤오보의 고귀한 죽음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며 “연금 상태인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를 구하기 위해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류샤오보는 9년을 감옥에서 살다 병에 걸렸지만 중국 정부는 치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중국뿐 아니라 나의 조국 이란을 포함해 수많은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에바디는 아직도 수많은 언론인이 이란의 감옥에 갇혀있다고 전했다. 수감자 중 일부는 류샤오보처럼 병을 얻어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대국의 대리전을 하고 있는 이란 정부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에 군대를 보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바디는 “이란 정부는 많은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필터링하고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비싼 요금을 지불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은 여성을 억압한다’는 인식에 대해 에바디는 ‘편협한 시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무슬림 간에도 나라마다 모습과 정책이 다르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 총리나 장관이 나오기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종교 때문이 아니라 독재를 일삼는 정부가 문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개혁·개방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최고 지도자가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제재 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여성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여성들은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배구 경기를 관람한 여성이 감옥에 가기도 했고 여자배구 시합이 아예 취소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바디는 11년 전부터 여성 노벨상 수상자 8명과 함께 억압받는 여성을 돕는 인권단체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을 마친 에바디는 20일 서울을 떠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특별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도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한국만이 아닌 타국의 인권 문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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