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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군주’로 자신감 회복… 꿋꿋이 버텨냈죠” [인터뷰]

MBC ‘군주-가면의 주인’을 훌륭히 이끈 배우 유승호. 데뷔 이래 줄곧 주연을 도맡아 온 그는 “이쪽 일은 참 이상하다.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결국 그걸 푸는 곳도 현장이다.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좋은 작품을 내놨을 때 느끼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산엔터테인먼트 제공






‘불멸의 이순신’(KBS1·2004)부터 ‘태왕사신기’(MBC·2007) ‘선덕여왕’(MBC·2009)까지. 배우 유승호(24)에게 사극은 이미 몸에 익은 장르다. 또 한 번의 성공. 지난 13일 종영한 ‘군주-가면의 주인’(MBC)은 유승호의 힘으로 40부작 대장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앞서 사극 영화 두 편을 했는데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또 사극인데 잘 될까’란 걱정이 앞섰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다행이에요. 시청률이 잘 나오다 보니 현장 분위기도 업 돼서 더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승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지난 몇 달을 돌이켰다. 방영 내내 수목극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킨 ‘군주’에서 그는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조선 최고의 막후(幕後) 세력 편수회에 맞서는 세자 이선 역을 맡았다. 또 다른 한 축은 멜로. 여섯 살 어린 상대역 김소현과의 애틋한 로맨스까지 그려냈다.

주연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소현 김명수(엘) 윤소희 등 젊은 배우들 중심으로 꾸려진 드라마였다. “촬영이 힘든 만큼 우리가 좀 더 웃으면서, 서로 위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다독이며 이끄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아역부터 18년간 연기를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기도 했다.

“굳이 제가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자처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흔들리지는 않으려고 노력하죠. 아무래도 제가 기둥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라도 꿋꿋이 버텨야 다른 배우들도 같이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도 유승호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좀 더 세심한 부분까지 표현했어야 했는데 촬영이 길어지다 보니 마음이 해이해지고 지친 게 사실이다. 연기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 좋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집중해서 잘 만들어볼걸’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유승호는 남몰래 속앓이를 해왔다.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SBS·2015) 이후 연기 슬럼프가 찾아와 1년간 활동을 쉬었다. 뒤이어 선보인 영화 ‘조선마술사’(2015) ‘봉이 김선달’(2016)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군주’ 출연을 결심한 건 “조금은 멍청하기도 하고 용기가 없었던 선택”이었단다.

그는 “나는 멜로에 약한 반면 슬픈 감정 표현에 강하다. 그래서 아픔을 지닌 이선 캐릭터를 잘 그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순히 흉내 내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작품을 택하는 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군주’로 자신감이 많이 회복됐어요. 다음 작품은 좀 더 용기를 내서 다른 장르를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차기작은 무조건 현대극을 해야죠. 이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사극은 향후 몇 년 간 자체적으로 금지입니다(웃음).”

이십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전히 영화 ‘집으로’(2002)의 꼬맹이로 봐준대도 괜찮단다. 자신의 확고한 방향성이 있으니.

“엄청난 인기와 유명세? 좋죠. 하지만 그런 부차적인 걸 목적으로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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