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성인병 주범? 고기는 억울하다… 99세까지 88하게? ‘미테리언’이 돼라

건강하고 싶다면 하루에 성인 체중 ㎏당 1g의 양질의 단백질을 고기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고 영양학자들은 권한다.



 
위로부터 스테이크와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은 녹용삼계탕, 한우갈비탕, 한우곰탕. 축산자조금연합 제공


오는 12일은 초복이다. 중복은 22일, 말복은 8월 11일이다. 옛날부터 복날에는 건강을 위해 특별한 보양식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해의 더위를 물리치는 뜻으로 고기로 국을 끓여 먹었고 이를 ‘복달임’이라고 불렀다. 육개장 삼계탕 등은 요즘도 대표적인 복날 음식으로 꼽힌다. 최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보양식으로는 여전히 육식이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주선태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축산학 전공) 교수는 9일 “육류의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의 조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 “육류의 단백질을 비롯해 지방, 비타민, 미네랄은 체내 흡수되는 속도와 이용 가치가 식물성 식품이나 탄수화물 가공식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건강한 장수를 원한다면 복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고기를 즐기는 미테리언(Meatarian)이 되라”고 조언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고기를 즐기라고요?” 채식이 장수식인 양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이렇게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주 교수는 “채식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치료식이지만 건강한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 청소년들, 면역력이 약화되는 중장년층은 채식을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극단적인 채식으로 건강을 해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환경운동가인 리어 키스는 그의 저서 ‘채식의 배신’을 통해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채식 생활을 실천하다가 몸을 망쳤다”면서 육식으로 몸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아예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완전 채식(Vegan)은 지독한 편식일 뿐이라는 것이 영양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오해받았던 육식이 외려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와 국립암연구센터는 지난 5월 24일 “고기와 유제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할수록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총 134개 항목의 식품과 음료 섭취량을 비교 분석해 40∼69세 남녀 8만여명을 대상으로 1990년대부터 약 15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축산물 섭취량이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떨어졌다. 축산물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이 가장 적은 그룹 대비 10% 정도 사망 위험이 낮았다. 암과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 등 순환기 질병에서도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최근 채식이 마치 암 치유식처럼 알려진 것도 잘못된 인식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대부분의 암 주치의들은 항암치료 중에는 고기와 생선 등 고단백을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배화여대 조리학과 김정은 교수는 “채식만으로는 필수 아미노산 섭취뿐 아니라 엽산, 아연, 철분 등의 영양소가 쉽게 결핍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후각손실 등 신체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육식을 통한 고른 영양 섭취를 강조했다. 채소에는 없어서 육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는 콜레스테롤과 육류 단백질이 대표적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피로를 이겨내고 체내의 원활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각종 호르몬의 기본이 되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D의 연료이기도 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개 세포의 막(膜) 역시 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세포막이 튼튼하면 뇌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부분이 튼튼해져 질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축산물은 우리 몸에서 만들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 ‘완전 단백질 공급원’이다.

주 교수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성인 체중 1㎏당 1g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기는 20%가 양질의 단백질이므로 70㎏의 성인이라면 하루에 350g 정도의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채식에 좋은 고기를 얹어 먹는 ‘고기 먹는 채식’을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가 추천하는 좋은 고기는 안전하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무엇보다 유통기간이 짧아 신선한 고기다. 국내산 고기면 이 조건을 100% 충족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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