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을 잡아라] 임대 계약서 작성 안해… 농지 주인 수입 파악 ‘깜깜’




강원도 홍천에서 소규모 밭을 빌려 인삼 농사를 짓는 A씨는 농지 주인에게 3.3㎡당 2000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인삼 농사를 한 번 짓는 게 기준이다. 벼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3.3㎡당 1000원의 임대료를 냈다고 한다. 이전과 비교해 배 이상 임대료를 낸 이유는 인삼이 쌀보다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현물로 주기도 했지만, 인삼의 경우 좋은 가격에 잘 팔리기 때문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농지 주인에게 ‘얼마 주겠다’고 합의한 게 전부다. 농지 주인이 임대 수익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이들만 알고 있다. 농지 임대 소득은 비과세 대상이어서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작농’에 농지를 빌려주고 임대 수입을 올리는 ‘지주’들의 소득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제도적 한계가 꼽힌다.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감면하거나 비과세하는 제도가 수두룩하다. 일례로 농업인은 연소득 10억원 이하면 소득세가 100% 면제다. 농지 임대 소득 비과세도 이 중 하나다. 그래서 현행법상 농지를 임대할 경우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강제 조항도 없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경작 중인 농지는 164만3599㏊ 규모다. 이 중 절반인 82만1800㏊는 A씨 사례처럼 농지 주인 대신 타인이 농사를 짓고 있다. A씨와 같은 이들이 임대료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58.0%를 차지하지만 전체 임대 수익금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류 자료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구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서면 계약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고령자가 많다 보니 강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농가 경제 조사 역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를 보면 지난해 농가당 농지 임대 소득은 연평균 29만8000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기준 농가당 연평균 소득이 3719만7000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전체 소득의 0.8%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규모 경지를 임대할 경우에도 소득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경지 규모가 10㏊ 이상인 이들의 농지 임대 소득도 연평균 36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대상 표본 수가 2600명이라는 한계가 있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적다는 평가다. 그나마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있는 농지 보유자들은 조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토지를 빌려 주지 않아 임대수익 0원인 농민들을 포함해 평균을 내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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