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을 잡아라] 근절되지 않는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오른 서규용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쌀 소득보전직불금(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에 사는 서 전 장관이 충북 청주에 소유한 농지를 기준으로 쌀 직불금 5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 전 장관은 형과 함께 본인도 농사를 지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불식되지 않았다. 결국 국회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쌀 직불금은 농가 보조금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으로 올해 예산 기준 2조8543억원이 배정돼 있다. 경작 면적 ㏊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지난해 수확한 쌀값이 정부 목표가격보다 낮아 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지급하는 변동직불금(㏊당 137만원) 지급 예산이다. 이들 제도는 쌀 수급을 유지하고, 쌀농사를 짓는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됐다. 특히 땅만 소유하고 직접 농사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는 부당 수령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서 전 장관 사건이 있기 3년 전인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자신이 소유한 논에 대해 쌀 직불금을 신청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부당 수령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며 ‘쌀 직불금’ 파동으로 이어지며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직불금 부정 수령자로 추정된 이가 17만명에 달했고 공직자(공무원·공공기관) 1974명은 징계를 받았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파동을 겪고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부정 수령자를 파악할 수단조차 명확치 않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매년 쌀 직불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부정 수령을 거르는 유일한 절차다. 이마저도 실제 쌀농사를 짓는 경작지인지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 신청자가 실경작자가 아닌지 여부는 사실상 제보가 없으면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실제 2008년 감사원이 부정 수령자 명단을 작성할 때도 건강보험 등 관련 통계를 통해 다른 소득이 있는지 등을 비교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땅을 많이 보유한 부농에 더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5년 쌀 직불금 부정 수급으로 적발된 건수는 30건”이라면서 “사실상 제보가 없으면 확인할 길이 없는 구조다. 부정 수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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