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0주년 취재] 시진핑 “홍콩 이용한 중국 파괴 용납 못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이날 취임한 캐리 람 신임 홍콩 행정장관이 선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1일 개최된 민주화 시위 ‘7·1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중국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그림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홍콩 독립 세력을 겨냥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오전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해치려는 시도나 중앙정부의 권력과 홍콩특별행정구의 기본법(헌법 격)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해 본토에 벌이는 파괴 활동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캐리 람 신임 행정장관(행정수반)은 시 주석 앞에서 홍콩 광둥화 대신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 취임 선서를 낭독했다. 람 장관은 “일국양제 원칙 시행과 기본법, 법치주의 준수, 중앙정부와 홍콩특별행정구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서했다. 이어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에 도전하는 어떤 행동에도 법을 바탕으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콩 독립 세력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시내 빅토리아 공원 잔디밭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 ‘7·1 대행진’을 진행했다. 시 주석이 홍콩을 떠나고 약 2시간 만이었다. 주최 측은 이날 6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시위자들은 30도 넘는 고온과 비를 이겨내며 행진했다.

시위 분위기는 엄숙하지만은 않았다. 출발지인 빅토리아 공원에서부터 헤네시로, 애드미럴티, 도착지인 정부청사까지 곳곳에서 해학과 풍자가 넘쳤다. 시위자들은 시 주석과 전·현직 행정장관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촌극을 벌였다. 행정장관의 모형물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행사도 열렸다. 시 주석이 민주화를 의미하는 노란우산을 쓰고 있는 합성 사진도 있었다. 시위였지만 민주화를 갈망하는 축제처럼 보였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와 범민주 정당은 행진 길목마다 부스를 설치해 모금 행사를 열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시위자들은 이들의 구호를 따라 외치거나 기부를 통해 지지를 표출했다.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를 즉각 석방하라’ ‘(불법자금 수수 의혹) 렁춘잉 전 행정장관을 당장 구속하라’ ‘민주주의 회복’ 등의 구호가 많이 들렸다.

시위 참가 이유는 근본적으로 같았다. 중학생 에드가 쿽(15)군은 “홍콩과 중국은 교육과 경제 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중국인의 대량 유입을 우려했다. 테키 호(15)군은 “중국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지핀 로(59)씨는 “중국 정부는 행정장관 선거에서 보통선거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나온 신이 황(18)양은 “정부는 중국 정부의 말만 듣고 시민들의 요구는 외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제시카 찬(16)양은 “행진 참가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란우산을 쓴 르노 리(60)씨는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부는 특권층에만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홍콩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539를 기록했다. 집계가 이뤄진 뒤 최대치다.

친중 단체의 수는 많지는 않았으나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중국 오성홍기를 들고 “중국 만세, 공산당 만세”를 외치면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친중 단체는 확성기로 굉음을 크게 틀어놓고 구호가 잘 들리지 않도록 훼방을 놓았다.

홍콩=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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