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을 잡아라] 임대소득엔 세금그물 숭숭… 유리지갑 근로자들만 ‘봉’



박근혜정부 4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근로자 임금과 비교해 상승률이 4배 이상 컸다. 같은 기간 고가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근로소득세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등 근로소득 강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땀 흘리지 않고 버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와 감시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토지와 주거용·비주거용 건물을 합친 국내 부동산 자산가치는 2016년 기준 9677조원이었다. 2013년(8258조원)에 비해 1419조원(17.2%)이나 올랐다.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대부분 상위 10% 고소득층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실련이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10%가 국내 토지의 84%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 과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수는 4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거래 부동산의 과세표준 비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실거래가가 10억원인 아파트를 팔 때 세금 부과를 위한 기준액은 4억1000만원 정도로 5억9000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이 면제되는 구조다.

과세 당국의 의지도 빈약했다. 전·월세 가격은 치솟았는데 다주택자의 주택임대소득세 신고액은 2013년 1조6609억원에서 2015년 1조6209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국세청이 임대소득 미신고자에 대한 사후 검증으로 추징한 세액은 지난해 13억원에 불과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이나 상속, 증여 등 다른 불로소득 과세도 비과세 항목이나 공제 제도가 많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들이 명단 공개 후 자진 납부하는 체납 세액은 지난해 1574억원으로 2015년보다 오히려 5.6% 줄었다.

반면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2013년 20조2000억원이던 근로소득세수는 3년 만에 50% 넘게 증가해 31조원을 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전년보다 13.7% 늘어나 전체 소득세 증가율(12.3%)을 웃돌았다. 그렇다고 임금이 그만큼 상승한 것도 아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실질 근로소득은 2013년 282만원에서 2016년 292만원으로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의 실질적인 증가도 필요하지만 불로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불합리한 경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고소득층의 특권으로 자리 잡은 불로소득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최근 3∼4년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고소득층의 불로소득이 급증한 반면 서민과 중산층은 거주비 부담만 커졌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근로소득 위주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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