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을 잡아라] 자산의 편중, 소득보다 배 가까이 높아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의 근로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고소득층과 중산층 이하의 자산 격차를 줄이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산세제 개편 등 또 다른 접근법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금융자산 등 순자산의 40.97%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560에 달한다. 반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295에 불과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자산부문의 불평등이 소득부문보다 배 가까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자산 보유뿐 아니라 부동산임대수익, 금융이자 등 자산에서 파생되는 소득을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자산에서 파생되는 소득의 97%가 상위 10%에 집중돼 있다. 지난 50년간 부동산으로 발생한 불로소득 6700조원 중 82.8%에 해당하는 5500조원을 상위 10%가 차지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상위 1%가 2500조원을 불로소득으로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대표적인 사례는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1988년 12억6000만원이었던 최씨의 신사동 미승빌딩 가치는 현재 150억원으로 추산된다. 30년 사이 약 137억원이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이 90년 10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최근 매각한 삼성동 사저는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58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20여년 만에 47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만으로는 절대 근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격한 자산 격차는 최근 불평등 척도로 활용되는 피케티지수에서도 확인된다. 피케티지수는 전체 국부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높을수록 자본에 비해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줄어든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8.28배로 나타났다. 4∼6배 수준인 선진국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소득과 자산 격차를 동시에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결국 자산 격차는 최상위층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세금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부자증세’를 골자로 하는 조세 개혁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산과세 강화 등 구체적인 정책 확정은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내년 세제개편안에 집어넣고, 사실상 그 이듬해인 정권 3년차부터 적용하겠다는 식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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