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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그럼에도, ‘리얼’은 내가 사랑하는 작품” [인터뷰]

신인감독이 지휘한 ‘리얼’ 촬영 현장에서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한 건 물론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홀로 감수해내고 있는 김수현. 그는 “주연으로서 내가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다 끌어안고 짊어지는 게 내 취향에 맞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코브픽쳐스 제공




주목받는 아역배우에서 아시아를 뒤흔드는 한류스타까지. 배우 김수현(29)은 가파르게 질주했다. 거침없이 빛난 자신의 20대에 대해 스스로는 소박한 정의를 내렸다. “열심히 공부하고 습득한 기간”이라고. 그가 지켜 온 중심은 ‘연기’라는 얘기다.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은 그런 의지와 열정의 표현이었다.

‘리얼’에선 우리가 이제껏 본 적 없는 김수현을 만날 수 있다. 1인2역부터 액션, 전라노출, 베드신까지 전부 소화해냈다. “모든 걸 불태웠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금껏 쌓아온 모든 걸 한 데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김수현의 20대를 마무리하는 대표작’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현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겁이 많이 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건 캐릭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역할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며 “이 인물의 끝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리얼’은 카지노 조직 보스 장태영(김수현)이 암흑가 대부(성동일)와 카지노 소유권을 놓고 겨루던 중 자신과 똑같은 이름·생김새를 지닌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김수현)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작비 110억원이 투입된 대작. 김수현이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란 점만으로도 기대감은 치솟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언론의 혹평이 쏟아진 데 이어 지난 28일 개봉 이후 관객 반응 역시 냉랭하다. 촬영 중간 감독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영화는 갈 곳을 잃었다. 난해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마약 노출 폭력 등 자극적 소재의 과잉이 피로감을 부른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수현은 “지금의 반응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도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계속 틀렸었다”면서 “‘리얼’이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흐름을 놓치더라도 마음으로 즐기시라.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고 귀띔했다.

“불친절한 영화일 수 있습니다. 퍼즐이나 미로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요. 결과가 어떻든 ‘리얼’은 제가 사랑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으니까요.”

2007년 연예계 데뷔한 김수현은 ‘드림하이’(KBS2·2011) ‘해를 품은 달’(MBC·2012) ‘별에서 온 그대’(SBS·2014) 등을 거치며 스타덤에 올랐다. 갑작스런 인기와 성공에 한동안 혼란스럽기도 했다. ‘배우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 사이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

“배우로서 많은 걸 누릴수록 주변의 배려를 당연시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샌가 저라는 사람은 ‘공주님’이 돼있었죠. 그걸 깨달았을 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이대로는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 거리가 좁혀지고 있어요. 30대가 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한국나이로 올해 서른인 김수현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내년 봄은 넘기지 않을 계획이다. “마음 한편에 숙제처럼 남아서…. 이제 얼른 좀 갔으면 좋겠어요(웃음). 다녀온 뒤에는 좀 더 색깔이 진해진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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