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흥남철수 기적’ 라루 선장, 교황청에 ‘성인’ 추천된다… 美가톨릭, 절차 착수

‘흥남철수의 영웅’ 메리디스 빅토리호의 레오나드 라루 선장의 현역 시절(왼쪽)과 1954년 이후 수도사 생활을 할 당시 모습. 바다의 사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를 계기로 미국사회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흥남철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당시 흥남철수의 영웅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이 한국인 구조에 열성적으로 앞장선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그의 공로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가톨릭 단체들은 2001년 수도사로 삶을 마감한 라루 선장을 로마 교황청에 ‘성인(聖人)’으로 추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라루 선장은 흥남부두로 몰려든 피난민 1만4000명을 7600t급 화물선 빅토리호에 태워 사흘간 항해 끝에 전원 거제도로 무사히 탈출시켰다. 당시 빅토리호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도 타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대사령부에서 빅토리호의 생존 선원 로버트 러니씨, 라루 선장과 말년을 수도원에서 같이 보낸 조엘 마컬 신부 등을 만나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빅토리호의 흥남철수는 ‘역사상 단일 선박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구조한 사건’으로 2006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미 해군 및 상선 선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단체 ‘바다의 사도(Apostleship of the Sea)’와 뉴저지 패터슨 교구는 이런 ‘기적적 구조’를 기리기 위해 라루 선장을 성인으로 추천키로 최근 합의했다. 패터슨 교구는 라루 선장이 말년까지 수도사 생활을 한 뉴저지 뉴턴 수도원이 소속된 지역 교구다.

바다의 사도는 지난 3월 25일 패터슨 교구에 보낸 서한에서 “많은 사람이 피난민 중에 적이 섞여 있을까봐 의심하며 구조를 머뭇거렸지만 라루 선장은 피난민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봤다”며 “그의 행동은 ‘특별한 자비는 생명의 열매를 맺는다’는 걸 일깨워주었다”고 성인 추천 이유를 밝혔다.

바다의 사도는 라루 선장이 훗날 “작은 배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탈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수많은 위험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생각할 때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깨달았다”며 “그것은 하나님이 직접 빅토리호의 키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회고한 사실도 언급했다.

1950년 12월 22일 라루 선장의 지시로 빅토리호 선원들은 흥남부두로 몰려든 피난민들을 화물칸은 물론이고 덮개가 없는 갑판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태웠다. 빅토리호가 사나운 겨울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배에서 신생아 5명이 탄생해 ‘기적의 배’로 불렸다. 라루 선장은 이때 받은 감동의 영향으로 한국전쟁 뒤인 1954년 수도사로 변신, 평생을 1만4000명의 평안을 위해 기도와 노동으로 보냈다.

패터슨 교구의 아서 세라텔리 주교는 최근 바다의 사도에 보낸 답장에서 “라루 선장이 한국인 1만4000명을 구한 영웅적 행동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라루 선장의 공로를 알리는 활동에 본격 착수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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