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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명희]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탁현민



촉나라 승상 제갈량은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군을 정벌하기 위해 전략 요충지에 절친인 마량의 아우 마속을 보냈다. 제갈량은 적들이 오는 길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마속은 적의 진출입로를 방어하기보다 산 위로 유인하기 위해 진을 쳤고 식수와 식량이 동나 결국 패했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기면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된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참수형에 처했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누참마속(淚斬馬謖)의 유래다.

김유신은 화랑 시절 천관이라는 기생 집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꾸중을 들은 뒤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다 말이 늘 하던 대로 그녀의 집 앞에 멈추자 정신이 든 김유신이 말의 목을 베었다는 일화가 있다.

고사성어가 생각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감싸기를 보면서다. 그는 10년 전 저서 ‘남자마음 설명서’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바나나를 먹는 여자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 “고등학교 때 첫 성 경험을 한 여중생을 친구들과 공유했다” 등의 여성 비하와 저급한 성 의식을 드러냈다. 2012년 총선에 출마한 ‘나는 꼼수다’ 멤버 김용민씨가 “살인범을 풀어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강간해서 죽여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집회하다 교통신호 어긴 것쯤”이라고 두둔한 사실도 전해졌다. 탁씨를 내치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탁씨는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 등정을 함께한 사이다.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며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을 공약했다. 치마 입은 여성 장관 수만 채운다고 성 평등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탁씨 같은 마초를 곁에 두고서 남녀평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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