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축농증이라고 하면 코에 생기는 질환 정도로만 여기기 쉽다. 과연 그럴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

코 문제가 원인이 아니라 치아 문제가 주원인으로 작용, 축농증으로 발전하는 치성(齒性) 축농증이란 병이 있다. 치아와 코는 엄연히 다른 공간인데 어떻게 축농증이 유발되는 것일까?

치성 축농증이 발생하는 위치는 ‘상악동’이다. 위턱과 눈 밑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섬모운동을 통해 점액을 코로 배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해부학적으로 위턱의 어금니 뿌리 끝은 상악동 밑바닥과 가까이 붙어있다. 어금니 쪽에 충치 및 치주질환, 임플란트 주위염 등이 발생하면 어금니 뿌리 및 상악동 바닥까지 염증이 침투해 섬모운동을 방해하게 된다. 그 결과 코로 배출되지 못한 점액은 상악동 속에 고인 채 세균과 뒤섞이며 치성 축농증으로 변하게 된다.

치성 축농증은 주로 치아 질환이 발생한 콧구멍 쪽으로만 증상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지속적인 코 막힘과 누런 콧물, 악취 등이다. 심하면 얼굴부위 통증과 더불어 코 옆 상악동 부위의 얼굴이 붓는 경우도 있다.

치성 축농증은 치과 진료 중 많이 발견된다. 단순 방사선 촬영 및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통해 치아와 상악동의 상태를 보면 치성 축농증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 치료는 상태에 따라 약물요법과 코 내시경 수술로 한다.

최근 인공치아 이식술이 보편화되면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치성 축농증은 이런 임플란트 시술도 방해한다.

특히 상악동과 가까운 곳에 임플란트를 심으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축농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치성 축농증을 방치한 채 임플란트 시술을 감행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플란트 시술 시 상악동을 잘못 건드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임플란트 식립(植立) 때 생긴 상악동 내 염증 때문에 치성 축농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화된 치성 축농증의 경우 때때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어금니를 뽑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어금니를 빼서 비게 된 틈으로 이물질이 흘러들어 상악동 내 염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다. 이때는 축농증 제거 치료 시 상악동과 구강 사이에 생긴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치성 축농증의 주요 원인은 치아의 잘못된 관리에서 비롯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아관리가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치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