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한 숨의 소중함



작년만 해도 미세먼지는 나와 먼 이야기처럼 들었다.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뉴스나 친구들의 걱정도 왠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닐까 하고 흘려듣곤 했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서울의 위성도시이고, 산업시설, 에너지 시설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고, 교통량도 많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봄부터 ‘미세먼지 재앙’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느끼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작년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력발전소가 가동되어 돌아가고 있다. 그 부근을 지날 때면 커다란 드럼 같은 발전소 위로 하얀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발전소 위로 올라가는 하얀 연기는 수증기입니다’라는 커다란 플래카드도 붙어 있다. 그것이 순수한 수증기가 맞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제 순수하지 않은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우리 집도 알레르기 비염과 기관지가 좋지 않은 가족이 있어서, 미세먼지가 심한 이번 봄,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다. 그 공기청정기는 현재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를 숫자로 알려주는데 공기가 정화되고 깨끗해지면 그 숫자가 내려간다. 하지만 문을 닫고 음식이라도 하면 그 숫자가 올라간다. 공기 오염도를 알려주는 숫자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숫자를 보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한다. 창문을 열어놓고 그 숫자가 올라가는 것 보면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도 창문을 마음껏 열지 못하고 있다.

창문을 마음껏 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담배냄새 때문이다. 어떤 날은 담배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깬다. 공동주택에 사는 가장 큰 고통이 층간 소음인 줄로 알았는데. 담배냄새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맡기 싫은 냄새와 나쁜 공기가 우리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웬만하면 화를 안 내며 살고 싶은데, 담배냄새로 단잠을 깨고, 창문을 열지 못하고 살게 되니 사소한 것에 화를 내며 까칠해져 가는 나를 본다. 그럴 때마다 깨끗한 공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유형진(시인),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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