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고승욱] 국립공원 50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립공원 5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뚱뚱하지만 귀엽게 웃는 반달가슴곰 조형물이 광장에 서있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토크콘서트에 음악회와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지난봄부터 시작된 축제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부터 가장 나중에 합류한 태백산까지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립공원의 역사는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지리산을 지키겠다는 민간 전문가들과 지역주민의 의지가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50년 동안 국립공원은 전쟁과 기근으로 황폐해진 산을 되살리는 전진기지였다. 산길에서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절로 든다. 해질 무렵 탐방로 끝에 보이는 대피소의 소박한 모습은 유럽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다.

국립공원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우왕좌왕한다. 법을 40번 넘게 고쳐 지금의 자연공원법이 됐지만 아직도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격하게 싸운다. 한쪽에서 대한민국의 마지막 생명줄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다른 편에서 합리적 이용이 왜 나쁘냐고 맞선다. 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로 덕유산국립공원이 심각하게 훼손된 뒤 시행령이 바뀌어 ‘국립공원 안에 설치할 수 있는 체육시설에서 골프장과 스키장은 제외한다’는 규정이 들어갔다.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한 뒤 ‘도로, 철도, 삭도는 국립공원 생태통로를 단절하지 못한다’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삭도가 바로 케이블카다. 그런데도 2015년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이 승인됐다.

개발파와 보존파의 싸움은 늘 이렇게 진행됐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오색케이블카 때문에 국립공원 50주년 행사도 빛이 바랬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잔칫상을 앞에 두고 시위를 벌였다. 국립공원은 국토 전체의 3.9%에 불과하다. 이용이 극히 제한된 자연보존지구는 그중에서도 3분의 1이 안 된다. 현행 자연공원법은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모두 추구한다.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전문가가 낙하산을 탄 군인과 정치인 대신 공단 이사장이 되면 달라질 수 있을까.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